내년 예정대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도입되면, 올해 연말에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한 브라질 국채가 시장에 쏟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브라질 국채는 이자에 세금이 붙지 않아 절세 상품으로 인기를 누렸는데, 금투세가 도입되면 매매 차익에 세금이 붙기 때문이다. 최근 자산가들은 금투세 도입 불확실성을 고려해 만기가 짧은 채권 중심으로 담는 추세라고 한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까지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주요 5대 증권사(미래·NH·삼성·한국·KB)를 통해 사들인 브라질 국채 순매수액은 1조1185억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1~3월)까지 8562억원이 팔렸는데, 한 달 새 개인투자자들은 2623억원을 더 사들였다.
브라질 국채에 투자자 관심이 몰린 이유는 금리가 높기 때문이다. 브라질 국채는 연 10%대 금리를 보장하는 데다가 정부 간 협약으로 비과세 혜택까지 누릴 수 있다. 현재 브라질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는 연 10.50%로, 국채 표면금리도 10%대로 발행된다. 이 상품에 투자하면, 브라질 정부가 망하지 않는 이상 연간 이자 수익으로 10% 이상을 받는다는 뜻이다.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에 접어들면서 매매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됐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해 6월 기준금리를 13.75%에서 이달 10.50%로, 1년간 3.25%포인트를 인하했다. 8월부터 6회 연속 50bp(1bp=0.01%포인트) 인하를 단행한 이후 25bp로 인하 폭을 줄였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시중에 유통되는 국채 금리는 하락하면서 채권 가격이 오른다. 특히 장기채 가격 변동 폭은 단기채보다 더 크다. 금리 정점기에 장기채를 사둔 후 인하기에 가격 상승을 점치며 매매차익을 노리는 투자전략이 먹힌 것이다.
그러나 금투세가 도입되면 브라질 국채의 매매차익에도 세금을 내야 할 가능성이 크다. 2025년 적용되는 금투세 법안에 브라질 국채는 예외로 한다는 내용 등이 없기 때문이다. 국채를 사고팔면서 이득을 봤다면, 250만원을 공제한 뒤 매매차익의 22%(3억원 이상은 27.5%)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다만 금투세가 도입되더라도 브라질 국채에 붙는 이자는 여전히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 증권사 PB는 “과세를 회피하려는 국채 물량이 연말에 쏟아지면, 일시적으로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며 “앞으로 기준금리 인하 폭도 제한적일 전망이어서 장기채보다는 올해 만기가 끝나는 채권에 투자해 이자 수익에 집중하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다만 브라질 국채 투자에 있어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헤알화다. 과거 2012년 헤알화 환율이 급등하면서 브라질 국채의 원화 표시 가격이 폭락한 전례가 있어서다. 헤알화 환율은 당시 1달러당 1.7헤알에서 최근 1달러당 5.1헤알 수준으로 급등했다. 달러 가치가 급등하면서 헤알화 가치가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고, 우리나라 투자자가 산 브라질 헤알화 채권의 환손실도 70%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헤알화 통화가치 하락으로 연 10% 금리에도 원금 손실 상태인 투자자가 다수라고 한다. 다행히 최근엔 환율이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브라질 국가 신용등급이 BB로 상향 조정되면서 헤알화 환율이 더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지만, 사실 환율은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보통 브라질 국채는 이자 수령이 목적이어서 금투세보다는 환율이 더 중요한 투자 변수라고 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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