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거시경제 지표를 산출하는 두 축인 한국은행과 통계청의 통계 수치가 엇박자를 내면서 시장 혼선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집계 방식의 차이를 감안해도 편차가 커 기업·가계 등 경제 주체들의 위기 대응력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도 거론된다.
15일 한국은행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지표와 통계청의 1분기 산업활동동향 지표를 비교 분석한 결과 경기 흐름에 대해 상반된 판단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 전산업생산은 전분기 대비 0.7%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5일 한은이 발표한 1분기 GDP 성장률(1.3%)의 반토막 수준이다.
한은과 통계청(오른쪽 괄호) 각각의 조사 결과는 △제조업(제조업 생산) △민간소비(소매판매) △건설투자(건설기성) △설비투자(설비투자) △서비스업(서비스업) 등 세부 지표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가장 큰 격차가 나타난 건 제조업과 소비 부문이다. 두 지표는 플러스(+)·마이너스(-) 부호까지 달랐다. 1분기 GDP 제조업은 전분기 대비 1.2% 증가한 데 반해 산업활동동향의 제조업 생산은 0.5% 감소했다. 1분기 GDP 민간소비는 0.8% 성장했지만 산업활동동향의 소매판매는 0.2% 감소를 보였다.
투자 부문의 경우도 GDP 건설투자는 2.7% 증가했고 산업활동동향 건설기성은 5.2% 늘었다. GDP의 설비투자는 0.8% 감소, 산업활동동향의 설비투자는 1.2% 감소로 기록됐다. 서비스업은 GDP 0.7%, 산업활동동향 0.8%로 비슷했다.
정부는 지표가 엇갈린 이유로 집계 방식의 차이를 꼽는다. 측정 대상과 포괄 범위가 다르다는 것이다. 김대유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산업활동동향은 산출액을 기준으로 국내 생산을 집계하지만 GDP는 산출액에서 중간 투입을 제외한 부가가치를 기준으로 해외 생산까지 반영해 작성한다”며 “양 기관의 전월·전분기 대비 수치가 매번 같게 나오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은도 같은 입장이다. 최정태 한은 경제통계국 국민계정부장은 “GDP 통계에는 표본통계·해외소비·제조부문 등이 반영되지만 산업활동동향에는 반영되지 않아 수치가 다른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런 격차가 거시경제 흐름에 대한 해석 차이로 이어져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양 기관의 통계에 큰 차이가 난 것은 현재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유독 좋게 나온 1분기 GDP 성장률이 착시일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위축된 소비심리가 지표에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1분기 GDP가 높게 나온 건 반도체 성장과 기저효과 영향”이라며 “지금 내수 경기에 대해 누구도 좋다고 말하지 않는다. 고금리 여파로 더 악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 역시 지난 9일 3월 국제수지 설명회에서 “향후 관심 사항은 내수의 성장 기여도가 계속될 것인지 여부”라며 “건설이 부진 흐름으로 돌아설 수 있고 4월 통관 수입도 플러스로 돌아선 만큼 내수가 지속될지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2분기 들어 내수 지표가 다시 악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드러난 지표에 매몰되지 말고 실제 체감 경기를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내수 경기와 지표 경기 간 괴리가 발생했을 때 지표 경기만 보고 경제 정책을 펴면 서민과 중소 상공인의 고통이 심화된다”면서 “향후 내수 부양에 초점을 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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