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지주가 2026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의무화에 대비한 시스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한과 KB에 이어 하나금융까지 연내에 ESG 공시를 위한 시스템 준비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3대 지방금융지주도 시스템 구축 검토에 들어갔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연내 구축을 목표로 전 계열사가 참여해 ESG 공시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해당 시스템에는 지주의 환경·사회·지배구조에 관한 내용은 물론 계열사의 탄소 배출량 등 ESG 내용도 함께 담길 예정이다.
앞서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운데 가장 먼저 신한금융이 지난해 ESG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했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KB금융은 연내 구축 완료를 목표로 ‘ESG 정보공시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우리금융과 NH농협금융은 아직 구체적인 시기는 미정이지만 향후 ESG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NH농협금융은 다른 지주와 달리 상장법인이 아닌 만큼 ESG 공시 의무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금융지주와 비교될 가능성을 비롯해 공시 대응 차원에서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지방금융지주도 ESG 공시 의무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BNK금융은 지난해 ESG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했고 현재 데이터를 고도화 중이다. 이후 내년부터 플랫폼을 본격 적용할 예정이다. 또 DGB금융은 데이터 정리 등 시스템 구축을 위한 기초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JB금융은 2026년에 맞춰 시스템을 구축한다.
주요 금융지주가 ESG 시스템을 만들고 나선 배경에는 ESG 공시 의무화가 자리한다. 정부는 2026년부터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ESG 내용 공시를 의무화한다. 전 세계 주요 국가가 ESG 공시 기준을 속속 제정하고 시행하는 데 따른 조치인 셈이다. 당초 내년부터 ESG 공시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한 차례 늦춰졌다. 지난해 10월 금융위원회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만큼 기업에 충분한 준비 기간을 줘야 한다”며 “2026년 이후로 ESG 공시 도입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보다 구체적인 도입 시기는 관계부처 협의 등을 통해 확정할 예정이다.
다만 이미 ESG 공시 기준에 대한 초안은 공개됐다. 지난달 30일 한국회계기준원은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초안’을 발표했다. 환경 부문과 관련해 범탄소 배출량을 의미하는 ‘스코프(Scope)3’는 공시 의무화 여부와 시기를 추후에 결정하기로 했다. 금융권은 안도하고 있다. 금융사는 제조업과 달리 자체적인 탄소 배출량은 미미하지만 대출을 제공하는 기업의 탄소 배출량까지 포함해야 하는 스코프3가 최대 관건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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