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강호의 첫 시리즈 출연작으로 화제를 모은 디즈니+ ‘삼식이 삼촌’이 드디어 공개된다. 데뷔 32년만에 시리즈물에 도전하게 된 송강호는 ‘거미집’ ‘1승’에 이어 다시 한번 신연식 감독과 호흡을 맞추게 됐다.
‘삼식이 삼촌’은 제목에서 느껴지듯 전쟁중에도 자기 식구는 하루 세끼를 먹였다는 삼식이 삼촌(송강호)의 이야기. 일제와 한국전쟁이 끝난 1960년대 한국은 혹독한 가난, 장기집권에 눈이 먼 독재정권이라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이 혼란스러운 정국 속에 삼식이 삼촌이 있다. 퍽이나 촌스러운 ‘삼식이’라는 별칭에 ‘삼촌’이라는 친근한 호칭까지, 그의 첫 인상은 왠지 모르게 헐렁하기 까지 하다. 하지만 그에게는 반전이 있다. 비록 안요섭(주진모)처럼 양지에 있는 기업인은 아니지만, 거리 상권과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여기에 안요섭을 뒷배로 유망한 정치인으로 성장하고 있는 강성민(이규형)과 어린시절부터 남다른 신뢰로 이어진 사이. 그러나 필요에 따라 가차없이 사람을 내치고, 늘 초조해하는 강성민의 불안정한 상태가 삼식이 삼촌을 흔들리게 만든다.
이런 삼식이 삼촌 앞에 김산(변요한)이 등장한다. 우연히 대권주자인 주인태(오광력)의 강연회에서 삼식이 삼촌은 김산의 연설을 접하게 된다. 그저 청년의 패기 쯤으로 볼 수도 있었지만, ‘피자’라는 단어가 삼식이 삼촌의 귀를 붙잡는다. 풍요의 시대를 보내고 있는 미국의 ‘피자’는 밀가루 반죽에 고기와 치즈, 야채까지 올라간 음식. ‘삼식이 삼촌’과 ‘김산’에게 이 ‘피자’는 풍요의 상징이자 선망하는 시대이기도 하다.
하지만 육사 출신의 올브라이트 장학생, 그야말로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김산은 고지식하고 보수적인 인물이다. 꿈이 현실 앞에 좌초되는 가운데서도 자신의 신념을 고수한다. 그런 김산에게 삼식이 삼촌은 자신의 ‘원대한 계획’이 있다며 접근한다.
1-5부는 김산이 이야기의 선두에 서는 느낌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삼식이 삼촌이라는 인물에 대해 적정한 거리 유지를 가능하게 한다. 언뜻 좋은 사람같지만, 삼식이 삼촌 역시 불법을 일삼고 자신의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 주인공이지만 해석하는 각도에 따라 시대가 만든 피해자, 혹은 시대를 이용하는 악인으로 비칠 수 있다.
군부에 끌려가 삼식이 삼촌에 대해 진술하는 김산의 모습에서도 그에 대한 판단을 쉽게 내리지 않는다. 군인의 질문에 “모른다” 혹은 “삼식이 삼촌은 그런 사람”이라는 김산의 답변처럼, 삼식이 삼촌은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삼식이 삼촌’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은 확실한 동기를 가지고 있다. 흑백의 회상신들은 이 인물들이 왜 이렇게까지 목표지향적인 행동을 하는지 충분히 납득 시킨다. 캐릭터가 외향적으로 강렬하지 않더라도 인물들의 면면에 집중할 수 있는 이유다.
일부 장면에서 시간대를 오가는 전개가 불필요하다고 느껴지는 대목도 있지만, ‘삼식이 삼촌’은 드라마적인 면에서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삼식이 삼촌과 김산의 매개인 피자처럼 곳곳에 시대와 상황에 대한 메타포들이 숨겨져 있다. 자칫 취향에 따라 진입장벽이 될 수 있는 정치물 특유의 무게감을 적절히 덜어내고 인물들의 드라마에 집중해 흡인력 있는 스토리를 완성했다.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것도 재미있다. 송강호는 평생 타인의 눈치를 보며 살아온 ‘삼식이 삼촌’의 허울부터, 날카로운 정치적 감각과 전략가적 기질까지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여기에 그저 학자였던 김산이 정치적 야망을 품게 되는 과정을 유연하게 그려낸 변요한, 번듯한 정치인과 불안정한 심리 상태의 강성민을 연기한 이규형까지. 그야말로 구멍없는 연기력이 극을 한층 더 탄탄하게 만든다. 시대적인 정서를 잘 담아낸 미술은 물론 음악도 ‘삼식이 삼촌’의 큰 즐길거리 중 하나다.
한편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삼식이 삼촌’은 15일(수) 5개 에피소드를 공개, 이후 매주 2개씩 그리고 마지막 주 3개로 총 16개의 에피소드를 만나볼 수 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