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ON / OFF
정창손
지금껏 백성들이 문자를 모르고 교육을 받지 못해서 비루한 짓거리들을 해온 것이 아닙니다.
사람의 천품은 교육으로 고쳐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세종
감히 어디서 과인의 백성을 능멸하고 나와?!
백성의 천품이 교화될 수 없다면 네 놈이 정치는 왜 해?!
단지 백성 위에 군림하면서 권세를 누리기 위해서인가?
훈민정음의 반포를 막기 위해 최만리는 세종을 용상에서 끌어내릴 생각까지 한다.
세종에게 사직서를 내고 수양대군을 찾아가 새로운 왕이 되라 부추겼던 최만리에게
수양대군은 최만리의 사직서를 돌려 주는 것으로 답을 한다.
최만리
이 사람의… 사직서는 어찌…
수양대군
나의 신하가 될 일은 없을 것이니 금상의 신하로 남아달라, 청을 하는 것입니다.
최만리
무슨 뜻입니까?
수양대군
정치란, 누가 더 높은 자리를 갖는가… 누가 더 큰 권력을 갖는가가 아니라
어찌 공조하여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가를 궁구하는 것이라… 부왕께선 늘 그리 강조하셨습니다.
헌데… 난 한때나마 그를 잊었던 듯 합니다.
이제 내가 품었던 모든 허욕을 버립니다. 허욕을 버리고 모후와 더불어 먼 길을 가고자 합니다.
부왕께선 대감을 여전히 아끼고 그리워하고 계십니다. 부디 부왕을 너무 오래 외롭게 두지 말아 주십시오.
(세종과의 젊은 날을 회상하는 최만리)
최만리
성균관이라는 데가 원래 관원 되자고, 나라 위해 귀하게 쓰이자고 그래서 죽자고 공부하는 덴데
이 나라엔 아무 희망이 없어요.
세종
(당시엔 충녕대군)
절망이라는건 말이지요, 있는 힘껏 꿈을 위해 뛰었는데 그래서 이제 더는 남은 힘도 없는데
그런데도 여전히 부서지고 깨지고 무너지기만 할 때…
그 때야 비로소 절망할 자격이 주어지는 겁니다.
최만리
이 자가 관복을 입는게 좋은지 솔직히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허나, 조선에 천문의기가 얼마나 필요한지는 잘 압니다.
세종
그대와의 논쟁은 언제나 환영이다, 최만리.
그대를 믿는다. 최만리
난… 최만리야. 한 번 뜻을 세웠으면 결코 물러서지 않아.
그래도 뜻을 꺾을 수 없었던 최만리는 전의를 다지고 세종이 있는 진관사로 찾아간다.
하지만 그런 그를 반긴 것은 자신을 상선으로 착각하는 눈 먼 임금…
이때 세종은 최만리를 기침병으로 고생하는 상선으로 착각, 어의가 두고 갔던 약첩을 건넨다.
세종이 눈이 먼 것을 몰랐던 최만리는 세종이 준 약첩을 손에 꼭 쥐고 울며 진관사를 떠난다.
(아직 이때 눈이 완전히 먼 것은 아님)
당대는 언제나 난세.
전하와 또한 소신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 난세를 건너 왔습니다.
허나 소신은 끝내 당신이 만든 문자, 그 문자를 인정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그 헌신만은 인정합니다.
설령 후대가, 또한 역사가 내가 옳고 당신이 틀리다 그리 판단한다 해도 오늘의 저는 당신께 집니다.
육신이 무너지고 종당엔 눈을 잃을 지경까지 내몰리면서도 헌신을 멈추지 않았던
이 나라 조선에 대한 당신의 그 헌신에 지는 것입니다…
시간이 흘러 세종의 정비인 소헌왕후가 사망한다.
세종은 한글 활자들을 어루만지며 소헌왕후를 떠올린다.
아래 아… 아… 안해…
소헌왕후의 죽음을 애도하는 명의 사신으로 조선에 온 왕진
이때 어긋난 초점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세종을 보고, 그의 눈이 완전히 멀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대전을 나와 세자 앞에서 중국어로 중얼거리고 간 왕진의 말을 신숙주가 통역한다.
한 사람의 눈 먼 자가 만인의 눈을 뜨게 하였다.
어린 시절에 스승 이수와 마음을 나누었던 나무 아래에 선 세종
그 나무 근처에서 놀던 어린 아이가 장영실에게 ‘저 할아버지는 누구시냐?’고 묻는다.
장영실
이 땅에서 가장 높은 이다. 또한 가장 낮은 자이기도 하지.
단 한 명의 백성도 그에게는 하늘이고, 땅이고, 우주였다.
여기서 내려다보는 세상은 여전히 넓구만...
대망의 엔딩
대왕세종
86부작
2008.01.05. ~ 2008.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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