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보툴리눔톡신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면서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기업들이 차세대 톡신 제제 개발에 속속 나서고 있다.
15일 비즈워치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내수, 수출용으로 허가받은 보툴리눔톡신 품목을 확인한 결과, 총 24개 제품의 50개 품목(용량별)이 허가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24개 제품 중 글로벌제약사 제품은 3개인 반면 국산 보툴리눔톡신은 21개에 달했다.
특히 기존에 수출용으로 허가받은 제품들이 내수 시장에 진출하면서 국내 보툴리눔톡신 시장 경쟁은 더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올해의 경우 수출용으로 허가받았던 파마리서치바이오 ‘리엔톡스’와 한국비엔씨 ‘비에녹스’, 한국비엠아이 ‘하이톡스’가 내수용으로 품목허가를 받았다.
이에 일부 기업들은 차세대 보툴리눔톡신 제제로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메디톡스다. 과거 메디톡스는 ‘메디톡신’으로 국내 보툴리눔톡신 시장 1위를 오랫동안 지켜왔다. 하지만 대웅제약과 균주 유출 의혹으로 다툼이 벌어졌고 보건당국으로부터 무허가 원액 사용 및 허가서류 조작 혐의와 간접수출 등 행정처분을 받아 3건의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진행하는 동안 1위 자리에서 밀려났다. 메디톡스가 차세대 제품 개발, 출시에 속도를 내는 이유다.
보툴리눔톡신 제제는 대부분 분말형이다. 메디톡스는 2013년 분말형인 메디톡신에 이어 액상형 제제인 ‘이노톡스’, 2016년 기존 톡신 제제의 내성 유발 원인 중 하나인 비독소 단백질을 제거한 ‘코어톡스’를 출시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계열사 뉴메코를 통해 차세대 보툴리눔톡신 제제 ‘뉴럭스’를 출시했다.
뉴럭스는 원액 생산 과정에서 동물유래성분을 배제해 동물성 항원에 의해 유발될 수 있는 알레르기 반응 가능성을 차단한 보툴리눔톡신 제제다. 메디톡스는 올해 하반기 해외 수출도 계획하고 있다.
휴젤과 휴온스바이오파마도 차세대 보툴리눔톡신 개발에 뛰어들었다. 휴젤은 기존 A타입 보툴리눔톡신 제제인 ‘보툴렉스’로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보툴리눔톡신은 A부터 H까지 8개 타입으로 나뉘는데 세계적으로 피부미용과 치료용으로 승인받은 유형은 A형과 B형 두 가지다. B형은 개발되긴 했지만 근육마비효과 면에서 A형보다 효과가 낮아 현재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국내에 출시된 24개 제품 역시 모두 A타입이다.
휴젤은 최근 E형 차세대 보툴리눔 톡신 개발을 시작했다. E형은 기존 A형에 비해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A형은 투여 후 3~7일 이후부터 서서히 효과가 나타나 3~6개월 약효가 지속되는 반면 E형은 24시간 내 효과가 발현돼 4주간 유지된다.
휴젤은 국소마취제인 리도카인염산염을 첨가한 무통 액상형 톡신 ‘HG102’도 개발하고 있다. HG102는 지난해 임상3상을 승인받고 개발을 진행 중이며 이르면 내년 품목허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가루 형태의 보툴리눔톡신은 멸균 생리식염수를 주입한 후 용해, 희석해야 하고 24시간 내에 사용해야 하지만 액상형은 희석 과정이 필요하지 않아 안전성과 편의성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휴온스바이오파마도 지난해 차세대 보툴리눔톡신 제제 ‘HU045’에 대한 임상3상 시험계획을 승인받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HU045는 비독소 단백질을 제거하고 신경독소를 정제해 내성 발생 가능성을 줄인 보툴리눔톡신 제제다.
이밖에 바이오플러스는 프로셀테라퓨틱스와 손잡고 지속 효과가 긴 차세대 보툴리눔톡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바이오플러스는 단백질 재조합과 효과적인 약물 전달체(MTD) 기술력을 접목해 내성과 편의성, 열안정성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후속 제제 개발에 나선 이유는 보툴리눔톡신 시장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는데다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면서 기존 제제의 단점을 보완한 차세대 보툴리눔톡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보툴리눔톡신 시장 규모는 지난 2022년 약 66억달러(9조원)로, 오는 2029년에는 102억달러(14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시장은 약 2000억원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개발된 보툴리눔톡신 제제는 10개도 채 안되는 반면 국내 보툴리눔톡신 제품은 수십개에 달한다”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보툴리눔톡신 제제 가격 경쟁으로 이어져 수익성도 저하되고 있어 차세대 제품 개발에 나서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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