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14일(현지시각) 미국 정부가 전기차 등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한 것과 관련해 아직 우리 기업에 불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미국을 방문 중인 윤 회장은 이날 워싱턴 DC 무역협회 사무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오늘 발표돼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라며 “상황이 어떻게 진전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라고 밝혔다.
정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일부에서는 어부지리의 기회도 있지 않을까 하는데 이것이 기본적으로 중국을 타깃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 바이든 대통령이 (또 대통령이) 되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되든 미국의 통상 정책 방향은 비슷하게 갈 것”이라면서 “보호무역주의 및 자국 우선주의가 어떤 정치적 이유와 결합한 그런 정책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정부는 이날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과 그에 따른 보복을 규정한 통상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는 현재 25%에서 100%로 4배 인상하고, 철강·알루미늄 및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관세도 7.5%에서 25%로 올렸다. 또 반도체와 태양전지 관세 역시 각각 현행 25%에서 50%로 상향했다.
이날 산업계에서는 우리 제조업이 받을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명배 엑시콘 회장은 “알루미늄 등을 중국을 타깃으로 하지만 한국이 파편을 맞을 수 있어 정부 등에서 세심하게 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장비 전문기업인 주성엔지니어링의 황철주 회장은 미국이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동참을 한국에 압박하는 것과 관련해 “대한민국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는 20%도 안 된다”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의 소부장이 미국의 반도체 경쟁력을 저하할 수 있는 상황도, 중국의 반도체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단계도 아니다”라면서 “그런데도 세계는 대한민국의 소부장의 역할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많이 잘못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윤 회장은 전날 돈 그레이브스 미국 상무부 부장관과 만나 미국의 한국산 철강 쿼터(공급 물량 제한)와 관련해 개선을 요구했다. 윤 회장은 “양질의 한국산 철강 수급을 위해 철강에 대한 무역 확장법 232조 쿼터의 신축적 운영이 필요하다”면서 “미국 대선 이후 한국산 철강 제품에 대한 쿼터 조치 완화 논의를 시작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때인 2018년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수입 철강재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우리나라는 협상을 통해 추가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2015년~2017년 평균 수출량의 70%(약 270만t)로 수출이 제한되는 수출 쿼터제를 적용받았다. 이후 대미 철강 수출은 300만t 수준에서 200만t대로 내려온 상태다.
윤 회장은 또 최근 내려진 미국의 한국산 알루미늄 압출재 반덤핑 조사와 관련, “한국 기업들의 대규모 미국 내 제조업 투자는 필연적으로 한국에서의 부품·중간재 수출을 수반하여 대미 무역흑자를 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밝혔다. 이어 “이런 구조적 흑자를 이유로 알루미늄 압출재 반덤핑 조사와 같이 미국의 한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상계관세 제소 등이 무분별하게 남발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무협에 따르면 그레이브스 상무부 부장관은 관련부처와 논의하겠다며 “한국은 미국의 중요한 동맹국이자 경제 파트너”라고 말했다. 이어 “한미 양국의 협력은 양국 관계뿐만 아니라 20~30년 뒤의 글로벌경제 지형을 변화시켜 나갈 것”라고 답했다.
이날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도 간담회에 참석했다. 류 회장은 트럼프 차기 내각 후보군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빌 헤거티 상원의원(공화·테네시) 등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 정부가 바이든 정부와는 잘하고 있지만, 만약 트럼프가 되면 (1기 때처럼) 처음부터 (접촉을) 시작하는 것보다 사람들을 알아 놓으면 일하기 쉬울 테니 그런 차원에서 만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회장은 오는 17일까지 워싱턴 DC에서 미국 정부 관계자와 상·하원 의원 등을 만나 한국 기업의 통상 애로 사항 등을 전달하고 공급망 협력 강화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 전문 기술 등을 보유한 한국 국적자를 대상으로 연간 최대 1만5000개의 전문 취업비자(E-4)를 발급하도록 한 미 의회의 ‘한국 동반자 법안’에 대한 지지도 호소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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