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화 방안 수행 과정서 ‘실적 악화’ 우려
밸류업 실효성 의문까지 겹쳐 투심 위축
“불확실성 확대” vs “자금 부담 크지 않아”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수혜주로 꼽히며 연일 강세를 이어오던 금융주 앞에 걸림돌이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공개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 방안이 ‘실적 악화’의 변수로 등장하면서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주요 10개 은행들로 구성된 KRX은행지수는 올해(1월2일~5월14일)에만 22.95%(673.27→827.79) 급등했고 KRX보험지수와 KRX증권지수도 각각 24.39%(1608.08→2000.35), 13.39%(647.51→734.19)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2.27%(2669.81→2730.34) 오른 것과 비교하면 오름 폭이 높은 수준이다.
대표적인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업종인 금융주는 올 들어 정부발 밸류업 프로그램에 힘입어 주가 상승세를 이어오던 중 1분기 호실적 소식까지 잇따라 전하면서 증시 버팀목 역할을 착실히 수행해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앞으로 금융주의 상승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금융당국이 내놓은 부동산 PF 정상화 방안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실적 악화 가능성이 존재하는 만큼 투심이 위축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는 지난 13일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을 겪는 사업장에 신규자금을 지원하고 사업성 평가를 강화해 부실 사업장에 대해서는 재구조화 및 정리를 통해 부동산 PF의 연착륙을 유도하겠다고 발표했다. 정상 사업장과 부실 사업장의 옥석가리기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부실 사업장의 경·공매 활성화를 위해 상대적으로 자금여력이 충분한 은행·보험업권이 1조원 규모로 공동 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을 조성해 PF 구조조정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지원 현황 및 시장 상황 등을 감안해 최대 5조원까지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예정이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금리가 장기화되면서 금융권도 선뜻 적극 지원에 나서기 어려운 실정이다. 부동산 PF 정상화를 위해 금융권이 신규자금을 투입하게 된다면 실적에도 변동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밸류업 최대 수혜주로 거론되는 KB금융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3.27% 감소한 1조9859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1분기보다도 15.69%가량 낮은 수준이다.
이 외에도 메리츠금융지주(-5.09%)·한국금융지주(-7.12%)·하나금융지주(-2.45%) 등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지난해 2분기보다 낮게 추정됐다.
나아가 이달 초 발표된 밸류업 가이드라인에 강제적인 규제나 세제 혜택이 포함되지 않아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며 투심이 다소 약화된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상화 방안까지 공개돼 금융주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동안 금융주가 증시 상승을 주도해 온 만큼 금융주에 대한 투심 저하가 증시 하락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과거 잠재 부실 처리 참여 과정에서 공동 조성한 기금에서 배당수익이 크게 발생하는 등 은행권에 이익을 확대한 사례도 있어 인센티브만 확실하다면 은행들의 자금 투입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라면서도 “불확실성 확대 측면에서는 투자자들에게 우려 요인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부동산 PF 연착륙 방안이 금융사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진단도 나온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까지 나온 정책에 한해서는 주요 금융사의 직접적인 자금 소요 부담이 크지 않고 PF 시장 전반의 건전성이 크게 훼손될 경우 외부효과를 고려하면 PF 사업장 안정화를 위한 지원정책은 금융사들의 리스크 축소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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