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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2023년 4분기 기준 합계출산율 0.64명.’
우리나라가 현재 처한 현실이다. 대한민국 인구는 현재 약 5200만 명에서 점진적 감소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여기에 고령화가 심해지면서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이 메마르는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5년 마다 진행되는 보건복지부 국민연금 재정계산 결과 기금소진 시점은 계속 빨라지고 있다.
1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진행된 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결과 기금소진 시점은 2055년으로 추정됐다. 5년 전인 4차 결과 때보다 2년, 10년 전인 3차 결과 때보다 5년 더 빨라졌다.
이를 막기 위해 정치권에선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 지급개시 연령 조정 등의 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나 뾰족한 대책을 내지 못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야심차게 출범한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역시 아무 성과도 내지 못했다.
이처럼 공적연금의 뿌리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안정적 노후를 위해서는 개인 스스로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
퇴직연금이 가장 효율적 수단으로 꼽힌다.
국내에서 퇴직연금은 낮은 운용 수익률, 높은 일시금 수령 비율, 잦은 중도인출 등으로 효용성이 떨어지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퇴직연금을 통해 안정적 노후를 확보한 나라는 많다.
미국이 대표적이다.
국제보험협회연맹(GFIA)이 지난해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 전체 연금의 소득대체율은 81%에 이른다.
한국의 소득대체율 47%는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58%도 훌쩍 뛰어넘는다.
소득대체율은 연금가입 기간의 평균소득과 비교해 은퇴 뒤 받게 될 연금액의 비율을 말한다.
소득대체율이 80%대 수준이라면 사실상 노후보장에 크게 지장이 없다고 볼 수 있다. 은퇴 전 지출 규모에서 20% 정도만 줄이면 은퇴 후 삶이 별반 차이가 없어지는 것이다. OECD는 안정적 노후를 위한 적정 소득대체율을 65~75%로 권고한다.
미국의 연금체계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크게 국민의 기본적 노후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공적연금인 사회보장연금(social security benefits)과 퇴직연금 등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401(k)’로 불리는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이 미국의 높은 소득대체율에 큰 영향을 미쳤다.
결국 미국은 잘 정비된 퇴직연금 제도를 바탕으로 평온한 노후생활 마련이라는 과제를 달성한 셈인데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미국의 제도를 본받아 퇴직연금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투자형(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을 높이는 것이 핵심 과제로 떠오른다.
미국 퇴직연금에선 주식 비중이 67.8%에 달할 정도로 투자형 상품이 대다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 6~8% 정도의 꾸준한 수익률을 내면서 퇴직연금 규모가 커졌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예적금 등 원리금보장형 상품 비중이 88.7%로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들 수익률은 연 1%에 그치는데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현재 약 400조 원에 육박하는 퇴직연금은 사실상 가만히 앉아 갉아 먹히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한국도 운용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를 본격 시행했으나 여전히 실적배당형 상품과 원리금보장형 상품 비중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전문가들은 디폴트옵션 상품에서 원리금보장형을 완전히 배제해 퇴직연금 자금을 모두 투자형 상품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투자형 상품이 지닌 위험이 분명 있지만 장기투자하는 퇴직연금의 특성상 효율적 포트폴리오 분산을 통해 위험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제혜택 강화를 통해 일시 퇴직금이 아닌 퇴직연금으로 유입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 독일, 캐나다, 호주 등 퇴직연금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퇴직연금을 연금으로 받으면 강력한 세제혜택을 주고 일시금으로 받으면 세제 패널티를 매겨 연금 수령을 유도한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3월 ‘연금세제의 특성분석 및 개선방향’ 보고서에서 “사적연금의 기능강화를 위해서는 세제혜택의 한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며 “사적연금을 일시금 형태로 수령하는 관행을 줄이기 위해 일시금에 대한 세율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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