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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 기업 韓 신뢰 높아… 선별적 인센티브·지역 인재 확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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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성장 둔화, 고금리 여건 속에서도 한국의 올해 1분기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가 신고 액 기준 70억5000만달러(약 9조7220억원)를 기록 했다. 사상 최대 실적이다. 작년 1분기(56억3000 만달러) 대비 25.1% 늘었고, 2004년 1분기(30억 5000만달러)와 비교하면 투자 규모가 20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정부는 외국 기업의 투자에 어려움이 없도록 세계 최고 수준의 투자 환경을 조성해 올해 FDI 연간 목표액(350억달러)을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미·중 갈등 심화와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기조 강화 같은 걸림돌도 많다. 미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유럽연합(EU) 등 전 세계는 외국 기업의 투자 유치를 위해 천문학적 지원금을 쏟아붓고 있다. 한국이 주요국과의 경쟁을 뚫고 FDI를 지속적으로 늘려 나가려면 어떤 전략을 펼쳐야 할까. ‘통 상’이 박덕열 산업통상자원부 투자정책관, 예상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위원과 국내 대표 반도체 외국인 투자 기업1)인 에드워드코리아 황의정 부사장 등 3인에게 그간 한국의 FDI 성과와 앞으로의 과제 및 대응 전략 등을 물었다.


올해 1분기 국내 FDI가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한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박덕열 산업통상자원부 투자정책관(이하 박덕열) “글로벌 경제가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한국의 안정적 투자 환경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가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된다. 정부 역시 글로벌 기준에 맞춰 규제 개혁 등 투자 환경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정부 최고위층의 의지와 실천이 주효했다. 4월 3일 정부는 서울 은평구 진관사에 외국계 기업 관계자를 초청해 ‘외국인 투자 전략 회의’를 열었는데, 여기에 참석한 필립 반후프 주한유럽상공회의 소(ECCK) 회장이 ‘외국인 투자 기업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대통령이 1시간 30분을 투자하고, 한 달 반 만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3시간을 할애한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 극찬한 바 있다.”

예상준 KIEP 연구위원(이하 예상준) “올해 1분기에는 그린필드형 투자(해외 진출 기업이 투자 대상 국에 생산 시설이나 법인을 직접 설립하는 투자) 보다 인수합병(M&A)형 투자가 늘었다. 구체적으로 31억9000만달러(약 4조3990억원)로 작년(14억 8000만달러)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고금리 상황이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글로벌 자금의 유입 추세가 계속되고 있는 현상은 긍정적이다. 또 국가별 유입을 살펴볼 때 글로벌 공급망 분절화 흐름속에서 역내 공급망 이 강화되는 흐름도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황의정 에드워드코리아 부사장(이하 황의정) “최근 많은 글로벌 기업이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과 지정학적 리스크를 겪으면서 공급망 재편에 나서고 있다. 과거에는 대규모 생산 시설에 투자할 때 시장 접근성과 가격 경쟁력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면, 최근에는 ‘로컬 포 로컬(Local for Local·각 지역에 공급망을 구축하는 맞춤 전략)’ 을 통해 외부 요인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게 중요해졌다. 최근 한국의 FDI가 늘어난 배경은 이런 대외 조건에 한국이 부합하면서 투자 매력도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FDI 실적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박덕열 “우선 제조업 분야 투자가 30억8000만달 러(약 4조2470억원)로 작년(15억4000만달러) 대비 두 배 늘었다. 생산 및 수출 확대,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비 수도권 투자(22억5000만달러)가 작년(13억7000 만달러) 대비 64% 증가해 지역 균형 발전 측면에 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황의정 “올해 1분기에는 특히 정보통신(IT) 및 전기·전자 분야 투자가 늘었다. 글로벌 기업은 해외 에 투자할 때 두 가지를 중요하게 본다. 하나는 해 당 국가의 시장이고, 다른 하나는 공급망을 어떻게 구축할지다. 이런 두 가지 측면에서 볼 때, 반도체 산업을 예로 들면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굴지의 고객사가 있고, 부가적으로 전기· 전자, 화학, 금속 산업 등의 공급망이 구축돼 있다. 이런 관점에서 신규 투자를 할 때 한국은 장점이 많은 국가다. 향후 한국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 뿐 아니라 인공지능(AI) 산업까지 발전한다면 관련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 볼 때 한국의 투자 매력도는 더 높을 수밖에 없다.”

미·중 갈등과 같은 대외 요인이 한국의 FDI 증가로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덕열 “공급망 활용부터 기술 확보까지 외국인 투자의 동기는 다양하다. 따라서 FDI 증가가 오직 대외 요인에 따른 것이라고만 보기 어렵다. 물론 투자 최적지와 시기를 선정할 때 공급망 갈등요소를 고려할 수 있겠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외국인 투자 유치 활동과 투자 환경 개선 의지, 국가첨단산업 육성 정책 추진 등이 역대 최대 투자 유치 실적 달성에 기여하지 않았나 싶다.”

예상준 “외국인 투자에 다양한 동기가 있다는 데 동의한다. 다만 지정학적 갈등이 글로벌 FDI의 패턴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요인이 된다는 사실도 부정하긴 어렵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세계적으로 대(對)중국 FDI가 감소하는 추세가 관찰됐다. 도널드 트럼프 및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강경책과 관련이 있다. 또한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에 따르면, 지정학적 요인으로 인한 FDI 분절화가 점차 뚜렷해지며, 국제정치적으로 입장이 유사한 국가 사이의 FDI 흐름이 지리적 거리와 관계없이 더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한국 정부도 이런 트렌드를 이해하고 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 FDI, 10년간 고용 30만 명 늘려

※ 2013년 1분기부터 2023년 1분기 기준 자료_한국경영자총협회
※ 2013년 1분기부터 2023년 1분기 기준 자료_한국경영자총협회

황의정 “지정학적 갈등은 기업 투자 전략에서 중요한 고려 요인 중 하나다. 따라서 일시적으로 한국에 대한 해외 투자가 늘었을 가능성은 있다. 다만 이보다 더 중요한 건 한국에 투자한 해외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게 돕고, 재투자로 이어질 수 있게 하는 게 더욱더 중요한 과제라고 본다.”

박덕열 “외국 기업의 투자는 생산과 고용을 확대하고, 글로벌 기업의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혁신을 촉진하면서 한국 경제의 체급을 키우는 데 크게 기여한다. 최근 분석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 기업이 국내 매출의 11%, 고용의 5.5%, 수출의 20.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반도체,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 분야 투자를 통해 한국의 글로벌 공급망을 탄탄하게 구축하는 데도 의미가 있다.”

예상준 “과거 한국은 경제개발을 위해 차관을 활용하다가 외환 위기를 계기로 FDI에 관심을 두게된 국가다. 이후 개방화와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외국인 투자 유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외국인 투자 유입액이 크게 늘었다. 아울러 IMF 외환 위기당시 국내 기업이 고용을 줄일 때 일부 외국인 투자 기업은 고용을 유지한 바 있다. 이는 외국인 투자 기업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황의정 “실제로 에드워드가 외환 위기 당시 한국지사 판매 대금의 본사 송금을 일정 기간 유예하며 고용 유지를 도왔다. 개인적으로 FDI의 직접적 효과인 고용 증대와 매출 증가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의 지속 가능한 경영을 통한 ‘무형의 효과’도 중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에드워드의 천안 공장은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며 환경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 환경 문제에 관심 있는 글로벌 기업의 노력이 국내 산업계로도 확산한다면, 한국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FDI, 지정학적으로 가까운 국가에 더 많이 몰려

※ 글로벌 FDI 대비 지정학적 거리와 지리적 거리에 따른 국가 간 FDI 총액 비율 자료_IMF
※ 글로벌 FDI 대비 지정학적 거리와 지리적 거리에 따른 국가 간 FDI 총액 비율 자료_IMF

해외 기업 입장에서 볼 때, 투자 대상국으로서 한국의 매력은 무엇인가.

황의정 “1992년 합작 법인 설립을 통해 한국에 진출한 에드워드는 2011년 주요 생산 거점도 한국에 마련했다. 당시 한국과 중국, 일본, 대만을 두고어디에 투자할지 고민했는데, 최종적으로 한국을선택한 이유는 삼성전자라는 거대 고객이 있기 때문이었다. 또 생산 활동에 필요한 인프라 환경도한국이 우수하고, 훌륭한 인적자본까지 갖추고 있다. 결과적으로 한국에 생산 거점을 마련한 뒤 불량률이 줄고, 납기 준수도 개선되는 등 관리 지표가 향상됐다. 영국 본사로부터 한국이 투자 대상으로 굉장한 신뢰를 얻은 배경이다.”

박덕열 “실제로 지난해 말 첨단산업 분야 주요 외국인 투자 기업 20개 사를 대상으로 심층 조사한 결과가 있는데, 대부분이 한국에 투자를 결정한 배경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한국 기업과 협력을 꼽았다. 아울러 한국이 전 세계 59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만큼 우수한 공급망을 활용하겠다는 전략도 중요했다. 뛰어난 인재, 첨단 기술 확보 역시 주요한 투자 동기였다. 정부도 외국인 투자 기업 지원책을 입체적으로 강화해 오고 있다. 지난해 국가 전략 관련 기술에 외국 기업이 투자할 경우 세액 공제율을 기존 대비 7~9%포인트 상향했다. 또 올해 외국인 투자 기업의 현금 지원 예산을 작년보다 네 배 확대하고, 전용 연구개발(R&D) 사업도 신설했다.”


예상준 “제도 측면에서 개발도상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사정을 들어보면 부패나 조세 행정의 투명성에 대한 애로 사항이 꽤 많다. 과거 한국 도이와 관련해 열악했지만, 반부패 개혁과 전자 정부 추진으로 지금은 모범적인 국가로 거듭났다. 부패 지수도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고 이제는 공적개발원조(ODA)2)를 통해 개발도상국을 도울 만큼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사회가 점진적으로 계속 발전하고 글로벌 기준을 따라간다는 것은 외국인 투자 기업이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이다.”

반대로 한국에 진출한 해외 기업의 애로 사항은.

황의정 “두 가지가 있다. 우선 한국에는 외국인 투자 기업을 위한 현금 지원 제도가 있지만, 심의위원회를 통과하기 전까지는 지원 규모나 시기를 가늠하기 어렵다. 이는 글로벌 기업이 해외 투자 시 해당 국가의 지원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여겨 의사결정이 지연되거나 변경될 요인이 되기도 한다. 두 번째는 수도권 밖 지역에 투자할 경우 현금 지원을 받기 유리하지만, 우수한 산업 인력 확보가 어렵다. 반대로 수도권은 우수 인재가 많지만, 현금 지원액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딜레마가 있다.”

박덕열 “현금 지원 여부와 관련해 지원 금액이 미리 확정돼야 투자 관련 의사 결정을 빨리 할 수 있다는 의견에 적극 동의한다. 이에 정부도 지난해 말 ‘현금 지원 사전 심사 단계’ 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지원 금액을 확정할 수는 없어도, 의사 결정 과정에 참고할 수 있도록 지원 금액의 구체적인 범위를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지방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 기업이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애로 사항도 잘 알고 있다. 정부도 이와 관련해 해결책을 찾기 위해 관계 당국과 협의하고 있다.”

(왼쪽부터)박덕열 산업통상자원부 투자정책관, 예상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황의정 에드워드코리아 부사장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통상’
(왼쪽부터)박덕열 산업통상자원부 투자정책관, 예상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황의정 에드워드코리아 부사장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통상’

전 세계가 각종 보조금과 세금 공제 등으로 FDI 유치에 나서고 있다. 앞으로 한국이 주요국과 경쟁을뚫고 FDI를 지속적으로 늘려가려면.

박덕열 “국가마다 산업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이나 대만처럼 이미 산업 기반이 구축된 국가는투자를 촉진하는 차원에서 세액 공제 등을 활용한다. 다만, 보조금 경쟁이 격화하고 있어 국내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 기업이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인센티브 확대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첨단산업 특화 단지를 조성해 인프라 구축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특성화 대학 확대 등을 통해 인재 양성과 우수한 인력 공급을 지원할 계획이다.”

예상준 “현재 많은 국가가 FDI 정책보다 산업 정책 관점에서 보조금이나 세액공제 정책을 선호하고 있다. 우리도 이 같은 접근이 필요하다. 투자보조금을 지급할 때는 글로벌 시장 상황을 고려해 미래 경쟁력을 보유한 기술 및 분야에 전략적으로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 다만 기술력이 높은 기업을 유치하겠다고 다른 국가와 출혈적인 보조금경쟁에 동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현실적이지도 않다고 본다.”

용어설명

* 외국인 투자 기업(1) 외국인 투자 촉진법에 따라 외국인이 투자한 금액이 1억원 이상이고,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 또는 지분 10% 이상을 보유한 기업.

* 공적개발원조(ODA)(2) 정부를 비롯한 공공기관이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과 사회복지 증진을 목표로 제공하는 원조를 의미하며, 개발도상국 정부, 지역, 또는 국제기구에 제공되는 자금이나 기술 협력을 포함하는 개념.

※ 이 기사는 월간 ‘통상’ 5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네이버에서 ‘월간 통상’을 검색해주세요.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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