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주요 메뉴 바로가기 (하단)

[김혜인의 반걸음 육아 19] 밖으로 나가 놀자

마이데일리 조회수  

[교사 김혜인] “낮 병동 치료를 조기 종결하겠습니다.”

의사가 아니라 내가 한 말이다. 총 6개월을 처방받은 낮 병동 치료를 두 달 만에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낮 병동 치료는 아침에 입원해서 6시간 이상 상주하며 치료받고 오후에 퇴원하는 방식이다. 외래로 예약을 잡으면 하루에 많은 항목을 진행하기 어렵지만, 낮 병동 치료는 하루에 여러 가지 항목을 집중적으로 치료 받을 수 있다.

당연히 낮 병동 치료 수요가 많다. 이를 제공하는 병원마다 대기가 길어 몇 달을 기다려야 한다.

드디어 내 아이 차례가 되었다는 연락이 왔을 때 알 만한 사람들은 모두 축하하는 분위기였다. 낮 병동에서 아이는 하루에 다섯 가지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당초 아이에 대한 발달 지연 진단은 명백하고 신속하게 내려졌다. 반면에 치료는 혼란스러웠다. 발달이 느린 아이에게 필요하다는 치료의 종류가 너무 많았다. 감각통합치료, 작업치료, 놀이치료, 언어치료가 기본적으로 언급되었다. 우리 아이처럼 상호작용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ABA 치료나 플로어타임도 권한다. 그 용어조차 생소한 치료를 받기 위해 아이를 이리저리 데리고 다니며 평가받았다. 한두 가지로 시작했던 치료가 점차 걷잡을 수 없이 많아졌다.

낮 병동 치료가 필요했던 이유는 이 모든 치료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점차 낮 병동에서 제공하지 않는 치료를 위해 외래 치료도 병행하여야 했다.

또한 아이의 사회성을 위해 어린이집 생활도 포기할 수 없었다. 아이 일정은 어린이집과 각종 치료로 꽉 차 있었다.

아이는 병원에 오래 상주하는 것이 싫은 듯했다. 내 손을 끌고 자꾸만 주차장에 가서 차에 타려고 했다. 어떤 치료에서는 치료 시간 내내 칭얼대며 밖으로 나가고 싶어 했다. 아이 마음이 이러한데 과연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무엇보다 내가 느끼는 스트레스와 피로감이 극심해졌다. 아이를 위해, 아니 나를 위해 숨통을 터야 했다. 엄마의 감을 믿기로 했다. 몇몇 치료를 정리하고 현재 아이에게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치료와 활동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낮 병동을 그만두기로 결심한 날, 옆자리에 새로 온 아이의 보호자가 아기를 안고 있었다. 첫째 아이가 낮 병동 치료를 받는데 둘째 아이를 데리고 왔다고 한다. 작고 앙증맞은 아기를 보며 50일쯤 되었냐고 물었더니 100일이 지났다고 한다. 세상에, 100일 된 아기가 이렇게 작았던가.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닌데도 벌써 까맣게 잊어버린 듯했다.

100일 된 아기는 분유를 먹고 있었는데 절반쯤 먹더니 슬금슬금 눈이 감겼다. 자면서 젖병을 빨다가 이내 멈춘다. 젖병을 살짝 흔드니 다시 빨다가 또 멈추기를 반복한다. 한참을 그러다가 결국 깊게 잠들어 버렸다.

내 아이가 100일 무렵이었을 때, 나는 아이가 젖이나 분유를 먹다가 잠이 들면 큰일 나는 줄 알았다. 먹고 놀다가 잔다는 ‘먹놀잠’ 순서를 유지하기 위해 애썼다. ‘100일이나 되었는데 왜 아직도 먹다가 잠들려고 하는 걸까?’, ‘100일이면 낮잠도 규칙적이라던데 왜 안 그럴까?’ 고민했다. 이제 100일이 지난 아기를 보며, 이 조그마한 아기에게 뭘 그리 많은 것을 요구했나 싶다.

실제로 병원에서 보니 내 아이는 꽤 일찍부터 발달 치료를 받는 축에 속했다. 낮 병동 병실에서 내 아이가 가장 어렸다. 겨우 생후 2년 된 아이를 데리고 이런저런 치료시설에 다니며 너무 많은 요구를 했다고 후회할 것만 같았다. 훗날 두 돌 된 어떤 아이를 보며 나는 또 ‘이렇게 작다니!’ 하고 놀랄지도 모르겠다.

병원과 발달센터에 가는 날이 줄어드니 아이는 놀이터에서 노는 날이 많아졌다. 두 시간이나 놀고도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요즘은 치료실 안 가득한 장난감보다 바깥세상이 더욱 흥미로운 듯하다.

100일 된 아기는 잘 먹고 잘 자면 그만이다. 두 돌 된 아이는 잘 뛰어놀면 그만이다. 뛰어놀기에 참 좋은 계절이다.

|김혜인. 중견 교사이자 초보 엄마. 느린 아이와 느긋하게 살기로 했습니다.

많이 본 뉴스

마이데일리
content@www.newsbell.co.kr

댓글0

300

댓글0

[경제] 랭킹 뉴스

  • 올림픽 맛있게 응원하자…집관족 취향저격 ‘올림픽 에디션’
  • 질병청 '성인 패혈증 초기치료지침' 첫 발간
  •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 93.7%...1년 11개월 만에 최고점 찍었다
  • 불량 자재 탓에 에어컨 없이 폭염 견디는 송도 '송일국 아파트'
  • 불량 자재 탓에 에어컨 없이 폭염 견디는 송도 '송일국 아파트'
  • 8월 극장가 '재개봉 러시'…인생영화 다시 스크린으로

[경제] 공감 뉴스

  • 케이뱅크, MY체크카드 90만장 넘었다..."인뱅 유일 K 패스 기능 탑재"
  • 삼정KPMG “디지털 헬스케어 활성화에 슬립테크 부상”
  • ‘나는 솔로’ 21기 최종 선택 대반전…순자, 영철 직진에도 선택 포기
  • "‘용인 스마일 보이’ 우상혁이 웃었다"...이상일 용인특례시장, 높이뛰기 우상혁 선수 '응원'하고 '격려'
  • 삼성자산운용, 공식 유튜브 채널 정보 시리즈 인기몰이
  • NH농협은행, 농촌 학생들과 '초록사다리 여름캠프' 개최

당신을 위한 인기글

  • 육즙이 꽉 차, 탱글 쫄깃한 식감이 일품인 돼지구이 맛집 BEST5
  • 진한 육향이 국물에 스며들어 있는 돼지찌개 맛집 BEST5
  • 사계절 내내 관광객이 붐비는 여행지, 강릉 맛집 BEST5
  • ‘여기’에 먹으면 더 맛있는, 뚝배기 맛집 BEST5
  • [오늘 뭘 볼까] 임윤찬의 공연을 스크린에서..영화 ‘크레센도 반 클라이번 콩쿠르 실황’
  • [맥스무비레터 #77번째 편지] 투둠! ‘오징어 게임’ 시즌2 시청 길라잡이🦑
  • [위클리 포토] 송승헌은 왜 조여정에게 사과했을까?
  • [리뷰: 포테이토 지수 83%] ‘아침바다 갈매기는’, 떠나간 자와 남겨진 자

함께 보면 좋은 뉴스

  • 1
    일촉즉발! 타이슨, 제이크 폴 뺨 때렸다→계체 후 거센 신경전…16일 맞대결

    스포츠 

  • 2
    세계로 수출되는 K-종이신문 조만간 사라진다?

    뉴스 

  • 3
    [순창군 소식] 순창군, 식품의약품안전처 우수 기관상 수상 外

    뉴스 

  • 4
    삼성스토어 갤러리아 광교 새 단장

    뉴스 

  • 5
    "8이닝 던졌는데, 왜 나일까 생각했죠"…자신도 의문이었던 발탁 스스로 증명했다, 무사 1, 2루 위기 탈출쇼 빛났다 [MD타이베이]

    스포츠 

[경제] 인기 뉴스

  • 올림픽 맛있게 응원하자…집관족 취향저격 ‘올림픽 에디션’
  • 질병청 '성인 패혈증 초기치료지침' 첫 발간
  •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 93.7%...1년 11개월 만에 최고점 찍었다
  • 불량 자재 탓에 에어컨 없이 폭염 견디는 송도 '송일국 아파트'
  • 불량 자재 탓에 에어컨 없이 폭염 견디는 송도 '송일국 아파트'
  • 8월 극장가 '재개봉 러시'…인생영화 다시 스크린으로

지금 뜨는 뉴스

  • 1
    [해경 소식] 권오성 목포해경서장, 관할해역 치안현장 점검 外

    뉴스 

  • 2
    [지스타]라이온하트, "콘솔부터 서브컬쳐까지 다각화로 '오딘' 성공 이어간다"

    차·테크 

  • 3
    ‘서울 카페 추천’ 이색 카페에서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종로 실내 데이트 TOP 3

    여행맛집 

  • 4
    [박상진의 e스토리] 월즈 5회 우승 -아시안게임 금메달에도... "다시 한 번 국가대표를 하고 싶다"는 페이커

    차·테크 

  • 5
    대한민국 ‘동양 최고 미녀’, 세계도 놀랐던 여배우

    연예 

[경제] 추천 뉴스

  • 케이뱅크, MY체크카드 90만장 넘었다..."인뱅 유일 K 패스 기능 탑재"
  • 삼정KPMG “디지털 헬스케어 활성화에 슬립테크 부상”
  • ‘나는 솔로’ 21기 최종 선택 대반전…순자, 영철 직진에도 선택 포기
  • "‘용인 스마일 보이’ 우상혁이 웃었다"...이상일 용인특례시장, 높이뛰기 우상혁 선수 '응원'하고 '격려'
  • 삼성자산운용, 공식 유튜브 채널 정보 시리즈 인기몰이
  • NH농협은행, 농촌 학생들과 '초록사다리 여름캠프' 개최

당신을 위한 인기글

  • 육즙이 꽉 차, 탱글 쫄깃한 식감이 일품인 돼지구이 맛집 BEST5
  • 진한 육향이 국물에 스며들어 있는 돼지찌개 맛집 BEST5
  • 사계절 내내 관광객이 붐비는 여행지, 강릉 맛집 BEST5
  • ‘여기’에 먹으면 더 맛있는, 뚝배기 맛집 BEST5
  • [오늘 뭘 볼까] 임윤찬의 공연을 스크린에서..영화 ‘크레센도 반 클라이번 콩쿠르 실황’
  • [맥스무비레터 #77번째 편지] 투둠! ‘오징어 게임’ 시즌2 시청 길라잡이🦑
  • [위클리 포토] 송승헌은 왜 조여정에게 사과했을까?
  • [리뷰: 포테이토 지수 83%] ‘아침바다 갈매기는’, 떠나간 자와 남겨진 자

추천 뉴스

  • 1
    일촉즉발! 타이슨, 제이크 폴 뺨 때렸다→계체 후 거센 신경전…16일 맞대결

    스포츠 

  • 2
    세계로 수출되는 K-종이신문 조만간 사라진다?

    뉴스 

  • 3
    [순창군 소식] 순창군, 식품의약품안전처 우수 기관상 수상 外

    뉴스 

  • 4
    삼성스토어 갤러리아 광교 새 단장

    뉴스 

  • 5
    "8이닝 던졌는데, 왜 나일까 생각했죠"…자신도 의문이었던 발탁 스스로 증명했다, 무사 1, 2루 위기 탈출쇼 빛났다 [MD타이베이]

    스포츠 

지금 뜨는 뉴스

  • 1
    [해경 소식] 권오성 목포해경서장, 관할해역 치안현장 점검 外

    뉴스 

  • 2
    [지스타]라이온하트, "콘솔부터 서브컬쳐까지 다각화로 '오딘' 성공 이어간다"

    차·테크 

  • 3
    ‘서울 카페 추천’ 이색 카페에서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종로 실내 데이트 TOP 3

    여행맛집 

  • 4
    [박상진의 e스토리] 월즈 5회 우승 -아시안게임 금메달에도... "다시 한 번 국가대표를 하고 싶다"는 페이커

    차·테크 

  • 5
    대한민국 ‘동양 최고 미녀’, 세계도 놀랐던 여배우

    연예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