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통계 차이뿐 아니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하는 주택공급실적 통계가 대거 누락돼 대대적인 정정이 이뤄지는 등 통계 신뢰도 자체를 흔드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해 통계 조작 논란 이후에 벌어진 대형 통계 사고인 데다, 과거 통계 오류 상황과 같은 변명이 되풀이됐다. 전문가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매뉴얼을 개선하거나 제3의 기관에 통계 작성을 맡겨야 한다는 대안을 내놨다.
1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부 주택공급실적 통계 대거 누락 사태를 두고 기본적인 통계 확인 과정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는 지난달 30일 2023년 주택공급실적 통계를 정정한다고 발표했다. 인허가·착공·준공 실적 모두 대거 누락이 있었다. 준공은 약 11만9000가구, 인허가는 약 4만 가구가 누락되는 등 총 19만 가구에 대한 실적이 통계에서 빠졌었던 것이다. 데이터베이스(DB) 시스템 개선 과정에서 정보가 누락됐다는 설명이었다.
박유성 고려대 명예교수(통계학)는 “시스템을 바꾸더라도 데이터 누락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바뀐 시스템에서도 과거 통계 수치가 동일하게 산출되는지 확인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으로, 이 과정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이번 ‘통계 사고’는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사태는 지난해 통계 조작 논란 이후에 다시 반복된 것이어서 더욱 심각하다. 통계 조작 논란이 불거진 후 개선 논의만 이뤄졌을 뿐 실제 나아진 것은 없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한국부동산원 집값 통계 작성 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감사 결과를 내놨다.
국토부는 당시 부동산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는 1급 공무원 2명을 직위해제했다. 내부적으로 부동산 통계 관련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국토부 통계 오류는 과거에도 더 있었다. 2015년에는 9월말 미분양 통계를 발표하면서 경기도 지역 8개 지자체 수치를 다르게 파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포시의 경우 국토부가 발표한 미분양은 238가구였으나 실제로는 1694가구로 1456가구나 차이가 났다. 국토부는 당시에도 ‘시스템’을 탓했다. 수기로 집계하던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다는 설명이었다.
놀랍게도 당시 개선책으로 내놓은 것은 ‘전산시스템(HIS) 개편’이었다. 그러나 HIS는 이번 통계 대거 누락 사태의 범인으로 꼽혔다. HIS 기능 개선 과정에서 누락이 있었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었다. 정부 주택정책의 근간인 부동산 관련 통계의 허술함이 드러난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주택공급 통계 집계 과정에서 누락분을 잡아내지 못한 것은 잘못”이라며 “IT전문가 등 민간위원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만들어 검증을 제대로 하겠다”고 말했다.
국토부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며, 통계 작성과 관리를 제3의 기관으로 이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독립성을 가진 별도의 기관에서 통계를 관리해야 한다”며 “동일한 데이터를 기반으로도 방법에 따라 통계를 다르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정치적인 독립성이 확보된 곳에서 통계를 생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계 누락과 관련해서는 국토부 내부의 매뉴얼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박 교수는 “데이터를 취합한 뒤 오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가능한 부분”이라며 “이번 통계 누락 사고의 원인은 매뉴얼상의 문제라고 보이고, 현재 통계 생산과 관리에 대한 절차를 완전히 바로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원인을 발본색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뒤따랐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1만9000가구도 아닌 19만 가구나 누락이 됐는데 정책당국 관계자들이 이걸 몰랐다는 것은 그 자리에 있으면 안 된다는 뜻”이라며 “감사원 감사, 심지어는 수사를 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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