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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와 경기 둔화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대기업 연체도 늘고 있다. 연체 규모는 크지 않지만 증가세가 너무 가파르다. ‘태영건설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확대되는 가운데 건설·부동산 업종을 중심으로 연체액이 늘고 있어 은행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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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에서 한 달 이상 연체된 대기업 대출 총액은 올 1분기 말 기준 172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 말(710억 원)보다 142.3% 급증한 수치로 지난해 말(830억 원)과 비교해도 3개월 새 107.2%(890억 원)가 늘었다. 올 1분기 중소기업 대출의 연체액이 1조 9450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7% 늘어난 것에 비해 증가세가 가파르다.
4대 은행의 대기업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1분기 0.04%에서 연말까지 같은 비슷하게 유지됐다. 하지만 올 들어 1개 분기 만에 연체율이 0.08%로 2배나 뛰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0.31→0.36%)의 연체율 상승 폭에는 못 미치지만 개인사업자(0.39→0.42%)보다 큰 폭으로 올랐다.
은행들은 최근 우량 차주로 분류되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업대출을 확대해왔다. 금융 당국이 가계대출을 관리하는 가운데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높아지자 대기업 대출로 눈을 돌린 것이다. 실제 4대 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178조 4580억 원에서 올 1분기에는 6.6% 늘어 190조 2240억 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대출은 532조 3810억 원에서 542조 5590억 원으로 1.9% 늘어나는 데 그쳤다.
대기업 대출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상황에서 건전성 악화 징후가 나타남에 따라 대출 업종 다각화 등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기업 대출 연체율이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면서 “몇몇 시중은행의 경우 태영건설의 연체가 실적에 반영됐고 여기에 몇몇 건설 기업을 중심으로 대기업 연체 잔액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만 대출 포트폴리오를 보다 다양화할 필요는 있다”고 전했다.
실제 올해 기업대출 중 연체율이 가장 빠르게 급등한 업종은 건설업이었다. 건설 업종의 평균 연체율은 지난해 4분기 0.44%에서 올 1분기 0.78%로 77%(0.34%포인트)나 뛰었다. 대규모 워크아웃이 진행 중인 태영건설을 비롯한 건설 기업에서 연체가 발생하며 전체 기업대출의 연체율을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같은 기간 교육업(0.46→0.61%), 도소매업(0.39→0.43%), 제조업(0.24→0.28%), 부동산업(0.11→0.16%) 등의 평균 연체율이 상승세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연말까지 기업 경기 회복세가 업종별로 큰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올해 건설업 등의 경기가 단기간에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려운 만큼 시중은행도 정보기술(IT)·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를 발굴해 기업대출을 확대해 나가려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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