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직접 기업 배당정책이나 지배구조에 개입하는 주주권 행사 활동에 대해 기업들이 주주가치 제고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기업들은 국민연금이 독립된 기관에 의결권 행사를 위탁하거나 중립적 방식으로 행사할 것을 요청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최근 시장조사 전문업체 모노리서치에 의뢰한 ‘국민연금의 주주총회 의결권행사 관련 기업의견’ 조사에서 이같이 나타났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설문에는 지난 2022년 말 기준 국민연금이 보유지분을 공시한 기업 중 대기업 22개, 중견·중소기업 134개 등 총 156개 기업이 참여했다. 이들의 국민연금 평균 보유지분은 대기업 3.4%, 중견중소기업 2.2%였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대기업은 7개사(31.8%), 중견중소기업은 21개사(15.7%)였다.
응답기업 과반수인 57.1%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활동 전반에 대해 부정적으로 답했다. 특히 ‘국민연금의 영향력이나 요구사항에 비해 주주가치 제고 효과가 미흡하다(36.5%)’는 답변이 많았다. 대기업(40.9%)이 중견·중소기업(35.8%)보다 부정적 답변이 많았다.
조사기업의 87.2%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식에 대해 정부로부터 독립된 기관에 의결권을 위탁하거나 중립적 방식으로 행사해야 한다고 답했다.
△정부로부터 독립된 기관에 국민연금 의결권을 위탁(40.4%) △국민연금이 찬반 의결권만 행사하고 그 외 주주권 행사 활동은 제한(35.9%)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섀도우 보팅(의결권 대리행사) 방식으로 행사(10.9%) 등을 제안했다.
국민연금이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주주권 행사 활동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12.8%에 그쳤다. 국민연금 추천 인사가 이사회에 진출하거나 국민연금이 기업에 주주 대표 소송이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활동이 포함된다.
주총을 앞둔 대기업은 국민연금, 중견·중소기업은 소액주주연대에 가장 큰 압박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은 국민연금(50.0%) 영향력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국내기관투자자(21.4%), 소액주주연대(21.4%) 영향도 컸다. 중견·중소기업은 소액주주연대(39.0%), 국내기관투자자(18.6%), 국민연금(16.9%) 순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정족수 부족으로 주주총회가 무산되는 경우를 가장 큰 부담으로 꼽았다. 이를 방지할 수 있도록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제도 폐지(35.9%)’ 또는 ‘주총 결의요건 완화(8.3%)’ 등의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
이 외에 ‘공정거래법, 상법 등에 산재된 각종 공시사항의 내용·절차 간소화(27.6%)’를 많이 꼽았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범위가 법·제도적으로 주주대표소송이나 손해배상소송까지 가능할 정도로 기업에게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면서 “국민과 기업의 신뢰를 받는 공적기금으로 위상을 갖출 수 있도록 투명한 지배구조와 의사결정 전문성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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