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제기합시다!”
공공임대주택 ‘세대원수별 면적 제한 폐지’를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이 동의인 5만명을 넘기며 국회 소관위원회로 회부됐습니다. 하지만 입주 대기자들의 불안감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면적 제한 규정을 그대로 적용한 공공임대주택 모집공고는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죠.
해당 규정에 따라 1인 세대뿐만 아니라 다인 세대들도 신청 가능한 물량이 현저히 줄었다고 토로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전면 재검토’를 약속하긴 했지만 규정이 바뀔지 유지될지도 알 수 없고요. 좁은 면적이라도 신청을 해야 할지 수요자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입니다.
입주자 모집 공고는 계속 나오는데…
지난달 4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제기된 ‘임대주택 면적 제한 폐지에 관한 청원’이 이달 4일 5만명 이상(5만819명)의 동의를 받고 청원을 마쳤습니다. 청원 동의인이 5만명이 넘으면 해당 사항은 국회 소관위원회에 회부되는데요.
이 청원은 ‘1인 세대 소외 정책’으로 이슈화된 바 있습니다. 해당 규정은 지난 3월25일부터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 공포안’ 시행에 따라 적용 중인데요. 영구, 국민, 행복 등 공공임대주택 세대원수별 적정면적 기준을 마련한 게 골자입니다.
기존엔 공공임대주택을 모집할 때 1인 세대만 ‘전용면적 40㎡(12.1평) 이하’ 제한이 있었죠. 윤석열 정부의 저출산 고령사회 정책과제 및 추진방향에 따라 다인 세대일수록 더 큰 평형에 살 수 있게 세분화했습니다. 이를테면 △1인 35㎡(10.6평) 이하 △2인 26~44㎡(7.9~13.3평) 이하 △3인 36~50㎡(10.9~15.1평) 이하 △4인 44㎡(13.1평) 초과 등으로요.
그러자 “1인 세대는 원룸에서만 살라는 거냐”며 비난이 들끓었습니다. 10평은 넘어야 최소 주방이 분리된 1.5룸이 나오는데 개정된 면적은 그마저도 안 나오기 때문이죠. 비판이 커지자 국토부는 지난달 24일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관련기사: 1인 임대주택 면적제한 ‘재검토’…국토부에 던져진 고민(4월24일)
이 같은 의견을 감안해서 상반기 중에 검토 결과를 내놓겠다고 했죠. 이에 임대주택 입주 희망자들은 한시름 놓는 분위기였고요. 하지만 결과가 나오기 전이라 기존 규정대로 입주자 모집이 이뤄지면서 공공임대 수요자들의 불안감도 되살아났습니다.
바뀐 규정을 적용하니 아예 지원조차 못하는 사례가 다수 생기고 있거든요. 1인 세대의 경우 기존보다 면적 제한이 5㎡ 줄었는데요. 평수로 환산하면 1.5평 정도 차이지만 실상은 ‘천지 차이’ 입니다.
공공임대 공급 면적은 영구임대는 전용 40㎡ 이하, 국민임대 및 행복주택은 전용 60㎡ 이하인데요. 단지별로 세부 평형이 매우 다양하지만 통상 전용 16㎡(4.8평), 26㎡(7.9평), 29㎡(8.8평), 36㎡(10.9평), 44㎡(13.3평), 46㎡(13.9평), 51㎡(15.4평), 59㎡(17.8평) 정도로 공급됩니다.
1인 세대의 경우 기존엔 36㎡ 까지도 지원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16~29㎡만 지원할 수 있게 된 상탭니다. 그게 대부분 ‘원룸’이고요. 더군다나 소형 35㎡ 이하는 공급을 안 한다는 단지도 더러 있는데요. 실제로 이달 7일 예비입주자모집공고가 올라온 ‘포천송우4 국민임대주택’의 경우 36㎡, 45㎡ 두 개 유형만 공급해 1인 세대는 아예 청약할 수 없습니다.
“폐지할 때까지 민원”…앞날은?
다인 세대도 난감하긴 마찬가지입니다. 2인 세대가 지원할 수 있는 ’25㎡ 초과~44㎡ 이하’ 역시 원룸 또는 1.5룸 타입이 다수고요. 44㎡만 방 2개와 거실로 나뉩니다. 둘이 살면서 자녀 출산까지 생각하기엔 갑갑할 수밖에요.
3인 세대는 방이 2개인 44·46㎡ 주택형에 지원할 수 있는데요. 방 2개를 부모와 자녀가 하나씩 나눠쓰는 모습을 떠올리면 적당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부모 가정에서 자녀의 성별이 다른 가구 등은 고민이 깊습니다. 4인 세대 이상만 방 3개가 있는 전용 59㎡까지 지원할 수 있습니다.
공공임대 등 여러 커뮤니티에선 이런 제각각의 상황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나아가 국토부나 LH 등 소관 부서에 민원을 넣자는 목소리도 나오고요. “입주자 모집 중단을 요청하자”, “면적 제한이 폐기될 수 있게 하자”는 내용이 많습니다.
실제로 일부 단지에선 이런 의견을 반영해 입주자모집공고를 내리거나 수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달 7일 예비 입주자 모집 공고를 올린 ‘파주시 국민임대주택’은 세대원수 면적 제한 완화를 위해 재공고를 진행하기로 했죠.
LH는 최근 해당 단지의 알리미 서비스를 신청한 수요자들에게 “면적기준에 따른 세대원수 제한에 따라 신청이 불가한 세대를 배려하기 위해 면적 완화를 지자체와 협의 후 재공고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취소 공고 안내 문자를 보냈습니다.
이에 입주 대기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하지만 현재 면적 완화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예외 규정’에 해당할 때뿐입니다.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규정에 따라 입주자를 선정하고 남은 주택이 있는 경우’, ‘세대원 수에 해당하는 주택이 15% 미만인 경우’ 등은 면적 제한을 완화할 수 있거든요.
정부가 약속한 면적 제한 ‘전면 재검토’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관련한 국민동의청원은 동의인 5만명이 넘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회부됐는데요. 지난달 총선으로 뽑은 22대 국회가 개원을 준비하고 있어 안건이 상정되지 못한 상태입니다.
국토위 관계자는 “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하기 위해선 상정 여부를 회의해야 하는데 회의를 열지 않았다”며 “22대 국회가 5월30일 개원해 31일부터 시작이기 때문에 어느 위원회든 회의 계획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안건이 청원 소위로 상정돼 배정이 되면 논의를 시작하는데 첫걸음조차 떼지 못한 거죠.
이에 공공임대 지원을 기다리고 있는 수요자들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입니다. 급한 대로 작은 평형이라도 지원을 해야 할 지, 상황을 지켜보면서 규정이 개정되는 날을 기다릴지 등을 고민하며 불안해하고 있는데요.
신혼희망타운 청약을 준비하는 한 수요자는 “4인은 돼야 방 2~3개짜리 집에서 살 수 있는 건데 요즘 세상에 자녀 둘 낳고 4인이서 시작하는 부부가 어딨느냐. 그 정도 자금 여력이 있으면 공공임대 안 들어간다”며 “몸도 마음도 여유가 생겼을 때 아이를 가질 생각이 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신혼희망타운이 아니라 대가족타운으로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토로했습니다.
심지어 개정된 규정과 전혀 관계가 없는 기존 입주자들까지도 우려를 표하고 있는데요. 한 공공임대 입주자는 “이사를 안 가고 평생 한 곳에서만 살 수 없지 않느냐”며 “앞으로 재청약하게 될 수도 있는데 걱정된다”고 했습니다.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한 ‘묘수’가 어서 나와야 할 걸로 보입니다. 이기봉 국토부 주거복지정책관은 “현재 전문가 면담을 비롯해 이해관계자, 사업자 등과 두루두루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며 “상반기까지 재검토한 대안을 내놓겠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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