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NH농협금융지주와 NH농협은행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정기검사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번 검사가 농협금융 내 주요 CEO(최고경영자)들의 향후 거취에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번 정기검사의 주요 사안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부통제 부문에 대한 검사 결과에 따라 CEO들의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직접 내부통제 문제를 일으킨 계열사 CEO의 연임을 제한하겠다고 밝힌 점도 눈길을 끈다. 이미 계열사 대표 선임 관련 농협중앙회와 금융지주사 간 갈등이 표면화된 상황에서 강 회장의 이러한 의지가 실제 CEO 변화로 이어질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코 앞으로 다가온 농협금융 검사, 쟁점은?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오는 20일부터 NH농협금융지주(이하 농협금융)와 NH농협은행(이하 농협은행)을 대상으로 정기검사를 진행한다. 이번 정기검사는 올 초 진행된 수시검사와 사전검사 등을 통해 들여다본 주요 금융사고 등 내부통제 이슈를 토대로 전반적인 내부통제 시스템과 건전성 관리 부문 중심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금감원 관계자도 “이번 검사를 통해 농협 전반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들여다볼 계획”이라며 “특히 최근 농협금융이 제출한 지배구조 개선안을 기반으로 실제 해당 안이 제대로 실행될 수 있을지도 점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농협금융 및 계열사 대상 정기검사가 유독 관심을 받는 이유는 최근 불거진 농협금융과 중앙회 간 인사 갈등이 내부통제 이슈의 근본적 원인이라는 금융당국의 인식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2년 마다 한 번식 농협금융 전반에 대한 정기검사를 실시했다. 다만, 그 당시에는 지주사 및 계열사별 금융사고를 비롯한 내부통제 이슈 등에 한정돼있었다. 하지만 이번 검사를 앞두고 금융당국은 이례적으로 중앙회와 지주사 간 관계를 들여다보겠다고 공언하며 긴장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현행법상 농협중앙회의 경우, 농림축산식품부의 관할로 편재돼 있다. 금감원은 애당초 농협중앙회를 감사할 권한이 없다는 의미다. 다만, 금감원은 이번 정기검사를 앞두고 진행된 수시검사와 사전검사에서 검사관할권에 놓여있는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을 통해 중앙회를 우회적으로 들여다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우회적 방식으로까지 무리해서 중앙회와 농협금융의 관계를 들여다보는 데는 올 초 농협은행에서 연이어 터진 금융사고가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지난 3월 농협은행에서 약 109억원 규모의 배임 사고가 터졌고, 이어 한 농협은행 직원이 외국인 고객의 동의 없이 2억원 규모의 펀드를 무단해지하고 횡령한 사실도 드러난 바 있다.
특히, 최근 금융권을 강타한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홍콩ELS)’ 대규모 손실 사태에서도 농협은행은 시중은행 중 세 번째로 많은 2조2000억원 가량을 판매했다. 금융당국이 홍콩ELS 사태를 사실상 ‘불완전판매’ 이슈로 규정하면서 농협은행 또한 해당 이슈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내부통제 정조준한 당국, 인사에 영향줄까
금융당국은 이처럼 연이어 발생한 농협금융 내 금융사고의 주된 원인으로 농협금융의 지분 100%를 보유한 농협중앙회의 과도한 인사 영향력을 주목하고 있다. 농협중앙회를 중심으로 금융지주와 경제지주, 나아가 주요 계열사 간 인사이동이 반복되다 보니 전문성 결여와 같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NH투자증권 대표 선정 과정에서 드러난 것 처럼, 금융지주와 중앙회 간 인사 알력도 해결되지 않은 과제로 남아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다른 금융지주사와 달리 중앙회가 지주사 지분 전량을 보유한 농협의 지배구조 상 인사를 포함한 중앙회의 경영개입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일 것”이라며 “이를 바로잡겠다는 것이 금감원의 생각인데 오랜 기간 축적된 구조라 단시간에 해결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업계에서 이번 정기검사의 결과를 주목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하반기 발표 예정인 정기검사 결과가 농협금융 내 인사 변화의 분수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강 회장이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금융사고가 발생한 계열사 CEO의 연임을 제한하겠다고 밝히면서 파장 또한 예상보다 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강 회장은 “최근 농협과 관련된 사건·사고가 다수 발생으로 농협의 공신력이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이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사고 유발자에 대한 즉각적 감사 및 무관용 원칙에 의거한 처벌, 공신력이 실추된 농‧축협에 대한 중앙회의 지원 제한 등의 대책 중 가장 눈길을 끈 부분은 역시 ‘중대사고와 관련된 계열사 CEO의 연임제한’이었다.
검사 결과, ‘농협은행장 연임’ 영향 줄까
물론 중앙회 차원에서 연임 제한 사유인 ‘중대사고’의 범위를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대다수 업계 관계자는 불가피성이 존재하는 불완전판매를 제외한 내부 직원 발 △배임 △횡령 등이 중대사고에 포함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최근 주요 금융사고를 야기한 농협은행이 이번 중앙회 발 조치에 첫 번째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주요 배임사고에 홍콩ELS 사태까지 겹치면서 농협은행의 내부통제 문제가 금감원 감사로까지 이어지는 등 논란을 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이석용 농협은행장의 경우, 임기가 내년 1월까지여서 늦어도 올해 말 차기 행장 선임 과정이 시작된다. 통상적으로 농협금융의 경우, 중앙회장 교체 전후로 현직 농협은행장이 연임된 사례는 전무하다.
실제 이성희 전 중앙회장의 경우에도 취임 직후 이대훈 당시 농협은행장을 교체한 바 있다. 이 당시 은행장은 이 전 회장 취임 전, 1년 연임이 확정됐지만 중앙회장 교체와 맞물려 자연스레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업계에서는 ‘강호동 체제’의 농협중앙회가 이번 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근거로 사실상 이 행장 연임에 제동을 걸 것이란 분석도 하고 있다. 이 행장 체제에서 유의미한 실적 개선의 성과를 거두기는 했지만, 각종 금융사고로 농협은행 전반의 신뢰가 하락한 만큼 이번 내부통제 방안이 행장 교체의 명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주요 금융 계열사 CEO의 교체 가능성도 거론되는데, 다만 여전히 금감원이 중앙회의 계열사 인사개입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대규모 변화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번 내부통제 강화 방안의 발표 시점이 배임사고가 터진 이후라는 점에서 과거 사건에까지 소급 적용하는 건 부담일 수 있을 것”이라며 “일단 금감원의 정기검사 결과가 나온 후에야 대략적인 경영진 교체 여부 및 규모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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