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침체에 빠졌던 벤처투자 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 신규 투자 금액과 펀드 결성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6%, 42% 늘었다. 모태펀드와 스타트업코리아펀드 등도 빠르게 진행하고 있어, 이르면 하반기 중 벤처투자 시장에 힘을 더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13일 경제부총리 주재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벤처투자 현황 진단 및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먼저 올해 1분기 신규 벤처투자 금액은 1조8787억원, 펀드 결성액은 2조3628억원으로 집계됐다. 5년간 기준으로 살펴보면 연평균 6%, 23% 증가했다. 앞서 지난해 1분기 신규 벤처투자 금액은 1조8900억원, 펀드 결성액은 1조6687억원으로 집계돼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5%, 61% 각각 크게 감소했다.
이는 미국 등 주요 벤처투자 선진국과 비교해도 뚜렷한 회복세로 평가된다. 달러 환산 시 올해 1분기 국내 벤처투자는 코로나19 이전(2020년 1분기)보다 15% 늘었다. 이와 달리 미국과 영국은 2020년 1분기와 비교해 각각 10%, 8%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주항공·인공지능(AI)·로봇 등 딥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양호한 것이 반영된 결과다. 벤처투자회사 등의 피투자기업에 한정해 상세 분석한 결과, 딥테크 10대 분야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비중은 지난해 연말 31%에서 올해 1분기 40%로 확대됐다.
딥테크 분야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커짐에 따라 1000억원 내외 대규모 투자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AI 분야에서는 AI 반도체 기업인 ‘리벨리온’과 생성형 AI 서비스 기업 ‘업스테이지’ 등이 1000억원 이상 투자를 받았다. 로봇 분야에서도 한국인이 미국에서 창업한 ‘베어로보틱스’가 80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현재 고금리 등으로 민간 출자기관 벤처펀드 출자 규모가 줄면서 현장에서는 펀드 결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기부는 이에 대해 주요 외부 변수, 금리, 주가지수 등에 따라 벤처투자 회복세도 더욱 탄력을 받을 예정이나 아직은 불확실이 지속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중기부는 다양한 정책 지원으로 벤처투자 시장을 지원하기로 했다. 먼저 각 투자 주체를 아우르는 분석체계를 구축한다. 나아가 ‘벤처투자법상’ 벤처 펀드 운영 관련 정보도 분석해 민간에 공개한다.
지역 기술, 글로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는 투자 수요도 뒷받침해 수도권 스타트업을 위한 전용 펀드를 2026년까지 누적 1조원 이상 신규 조성하고, VC들이 신규 투자처 발굴 시 활용할 수 있도록 기술보증기금 우수 벤처 스타트업 기술 평가 정보를 공유한다. 아울러 2027년까지 글로벌 펀드 4조원도 추가 조성하기로 했다.
국내 VC들이 엄선한 국내 스타트업을 해외 투자자에게 소개하는 ‘K-글로벌스타’ 투자 유치 프로그램도 일본을 시작으로 세계 각국에서 개최한다. 올해 하반기 중 펀드 결성·투자·회수 등을 아우르는 종합대책도 마련한다.
중기부는 모태펀드 조기집행과 더불어 스타트업코리아펀드 등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어 이르면 올 하반기, 늦어도 내년 초에는 벤처투자 성장 모멘텀이 확충될 것으로 관측했다.
오 장관은 “시장 상황을 살피면서 시의적절한 정책 수단으로 우리 경제 성장동력을 확보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업계와 긴밀히 소통해 벤처투자 활성화 종합대책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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