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삼성전자가 2030년 이후 상용화를 목표로 한 ‘1페타바이트(PB)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개발 실마리가 나왔다. ‘하프니아 강유전체(Hafnia Ferroelectrics)’를 활용해 PBSSD 구현에 필수적인 ‘1000단 이상 낸드플래시 시대’를 연다.
13일 국제전지전자학회(IEEE)에 따르면 김기욱 카이스트(KAIST) 전기전자공학부 박사과정은 내달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리는 ‘IEEE VLSI 테스트 심포지엄’에서 ‘저전압·1K(1000) 레이어 이상의 쿼드레벨셀(QLC) 3D V낸드를 위한 핵심 구현 요소인 하프니아 강유전체에 대한 심층 분석 실험 시연·모델링’이라는 제목의 기술 세션을 발표한다. 이 연구는 삼성전자·카이스트(KAIST)·한양대학교가 공동 수행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하프니아 강유전체가 현재 침체기에 접어든 3D V낸드 기술 개발을 확장하는 데 핵심 조력자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며 “낮은 작동 전압, 넓은 메모리 창 등 놀라운 성능 향상을 실험적으로 보여줬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작년 미국과 중국에서 열린 반도체 산업 관련 행사에서 PBSSD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2030년 이후 출시 계획을 공식화했다. PBSSD는 저장 용량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 최소한의 서버로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장치다. 1PB는 현재 업계가 구현하는 용량인 테라바이트(TB)보다 1000배 더 높은 단위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SSD 제품의 최대 용량은 32TB다.
1PB급 SSD를 만들기 위해서는 낸드 집적도를 올려야 한다. 현재 업계 최고층 낸드는 삼성전자가 최근 양산을 개시한 290단 1테라비트(Tb) 트리플레벨셀(TLC) 9세대 V낸드다. 삼성전자는 낸드 공정을 고도화해 2030년까지 1000단 V낸드를 선보인다는 목표다. 업계에서는 1000단 V낸드가 PBSSD에 탑재될 것으로 보고 있다.
1000단 이상 제품 구현을 위해 삼성전자가 선택한 소재는 하프니아 강유전체다. 하프니아 강유전체는 비휘발성 절연막이다. △CMOS 공정 호환성 △동작 속도 △내구성 등의 우수한 물리적 특성을 바탕으로 차세대 반도체의 핵심 소재로써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물질이다.
하지만 하프니아 소재는 고온에서 비휘발성 특성을 잃고 누설전류가 증가하는 한계가 있었다. 3D 집적 공정 시에 발생하는 고온의 열처리 조건 (750℃ 이상, 30분)에서 강유전체 박막 내의 일반 유전체 (상유전체) 형성을 억제할 수 없었다.
김기욱 박사과정이 포함된 전상훈 카이스트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22년 세계 최초로 3D 집적 공정에서 요구되는 고온의 열처리 조건에서도 우수한 내구성을 가지는 하프니아 강유전체 소재와 공정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강유전체 박막 내의 상유전체의 형성을 완벽하게 억제하면서도 비휘발성 기능을 유지했다. 이 연구 역시 삼성전자와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사업단의 지능형 반도체 선도기술개발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삼성전자는 일찍부터 하프니아 강유전체를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의 핵심 소재로 낙점했다. 지난 2017년 미래기술육성사업 과제 중 하나로 당시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교수로 재직하고 있던 전상훈 교수의 ‘비휘발성 로직을 위한 저온공정 하프니아 강유전체 터널정션’을 선정한 바 있다. 전 교수와의 당시 인연을 지속한 결과 연구 성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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