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미스터리 9실책.
KIA 타이거즈 주전 유격수 박찬호(28)는 2023시즌 오지환(LG 트윈스)과 함께 유격수 공동 수비왕을 차지했다. 1042⅔이닝 동안 단 14개의 실책만 범했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WAA 2.093으로 리그 1위, 수비관련 득점기여도 11.50으로 리그 유격수 1위를 차지했다.
그런 박찬호도 과거 수비로 고민을 많이 했다. 2021시즌 리그 최다 1100⅓이닝을 소화하면서 24실책으로 최다실책 2위를 차지했다. 2022시즌에도 1103⅓이닝 동안 22실책으로 최다실책 역시 2위에 올랐다.
이 시기까지만 해도 박찬호의 수비에 대한 외부의 평가는 대체로 ‘어려운 타구는 잘 잡는데 쉬운 타구를 종종 놓치면서 안정감이 떨어지는 모습이 보인다’였다. 사실 수비왕을 차지한 작년에도 시즌 초반엔 비슷한 양상이었다.
SBS스포츠 이순철 해설위원은 작년 KIA 경기를 중계하면서 박찬호가 포구 순간 손이 타구와 부딪히는 느낌이라면서, 부드러운 핸들링을 계속 연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런데 박찬호는 2023시즌 중반부터 오히려 수비에서 안정감을 끌어올렸다. 보통 수비부담이 큰 유격수는 시즌 중반 이후 실책이 늘어나기 마련이지만, 박찬호는 정반대였다. 시즌 막판에는 화려함과 안정감을 겸비한, 완벽에 가까운 수비를 한다는 극찬을 받았다.
박찬호의 수비는 올해도 명불허전이다. 271이닝을 소화하면서 단 4개의 실책만 범했다. 국내 최고 유격수 타이틀은 여전히 오지환(LG 트윈스)이 갖고 있다. 그러나 박찬호도 탑클래스 유격수 반열에 들어섰다. 타격에도 눈을 뜨면서 더더욱 그렇다.
박찬호의 오른쪽을 지키는 남자, 김도영(21)이 올해 1~2년 전 박찬호가 겪는 어려움이 보인다. 김도영은 올해 타격에서 완전히 기량을 만개했다. 4월에는 역대 최초 10홈런-14도루를 작성하며 MVP에 선정되기까지 했다.
40경기서 타율 0.331 11홈런 27타점 38득점 17도루 OPS 0.952 득점권타율 0.325로 맹활약한다. 실질적 풀타임 첫 시즌인데 3할-30홈런-30도루를 향해 달려간다. 타격과 도루, 주루에선 더 이상 말할 게 없다. 특유의 폭발적 운동능력과 센스, 노력이 결합해 어마어마한 실적을 낸다.
그러나 3루 수비는 상대적으로 성장 속도가 더디다. 올 시즌 344⅔이닝 동안 9개의 실책이다. 강승호(두산 베어스)와 함께 리그 최다실책 공동 1위다. 물론 수비이닝도 리그 5위인 걸 감안해야 한다. 그러나 김도영의 수비를 보면 유독 포구 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한 장면이 종종 나온다.
12일 광주 SSG전 더블헤더 2차전도 그랬다. 1회와 7회 모두 포구 실책이었다. 그렇게 어렵지 않은 타구로 보이는데 바운드를 맞추지 못해 실책을 범하는 상황이 종종 보인다. 사실 김도영은 작년에도 695⅓이닝을 소화했는데 11개의 실책만 범했다. 올해는 개막 2개월이 채 되지 않아 작년 전체 실책을 넘어설 페이스다.
물론 작년엔 사실상 6월부터 뛰었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 그리고 프로 입단 후 사실상 새롭게 3루 수비를 배웠다고 보면 된다. 고교 시절까지 주 포지션은 유격수였다. 어쨌든 3루 수비에 더 익숙해질 수 있는 시즌인데, 작년보다 갑자기 실책 개수가 늘어나니, 김도영도 KIA도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결국 김도영도 수비 성장통을 겪는다. 이범호 감독은 이미 지난달에 김도영의 수비는 큰 걱정 안 한다며, 경험이 쌓이면 자신만의 데이터가 쌓여 알아서 디테일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이범호 감독 자신도 3루수로서 처음엔 실책을 많이 했고, 경험이 쌓이니 자연스럽게 안정감을 찾았다고 회상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현역 리그 최고의 3루수로 불리는 최정(SSG 랜더스)은 과거 김성근 최강야구 감독의 수천개 펑고를 다 소화한 뒤 수비력이 급속도로 좋아졌다는 게 정설이다. 최정도 커리어 초반 3루 수비는 안정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최정은 30대 후반인 지금도 3루 수비가 상당히 좋다. 이날도 김도영이 실책 2개를 범한 사이 최정에겐 실책이 기록되지 않았다.
김도영이 앞으로 이 실마리를 어떻게 풀어갈까. 내부적으로 고민은 할 것이다. 그러나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그냥 계속 부딪히고 인내하는 것이다. 김도영에겐 이 또한 성장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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