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회장과 한국 기업들이 워싱턴으로 향한 이유는 정부와 의회를 대상으로 소통하고 정보를 얻는 이른바 ‘대관(對官) 활동’을 위해서입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 정부가 ‘무역장벽’을 공고하게 쌓자 관련 동향을 더욱 긴밀히 파악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부터 약 7개월 동안 반덤핑과 상계관세 조사 개시 결정을 총 72건 내놓은 바 있습니다. 2022년에는 1년 동안 30건에 불과했던 조치가 갑자기 늘어난 것입니다. 미국 노동자들의 표심을 의식한 조치가 아닌지 의구심이 쌓이는 대목입니다.
또한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나 반도체지원법(칩스법)의 인센티브를 노리고 현지 투자를 늘린 국내 기업들은 미국의 정책 변화에 레이더를 곤두세울 필요성이 더 커졌습니다.
재계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을 하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하든 미국의 자국 산업 우선주의 기조가 심화될 것이기에 현지 대관 업무는 갈수록 중요해진다고 봅니다.
문제는 중견기업들의 경우엔 미국 대관 활동까지 힘을 쏟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삼성전자나 SK, 현대자동차, LG, 포스코 등 국내 대기업집단 10여 곳은 이미 워싱턴이나 그 인근에 대관 업무를 위한 사무실과 인력을 마련했지만 중견기업들은 여력이 없습니다. 중견기업들의 수출액이나 현지 투자 규모는 대기업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기업 생존에 대한 절실함마저 작지는 않습니다. 이번에 무역협회에서 사절단을 꾸렸듯이 앞으로 일회성이나마 기회가 될 때마다 중견기업들이 해외 대관 활동에 참여할 기회가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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