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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같은 첨단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에 밀려 현상 유지조차 쉽지 않은 상황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에 나서는 가운데 중국의 ‘첨단기술 굴기’가 가속화하면서 독일·일본 등 전통의 기술 강국과 함께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미중 기술 패권 다툼이 장기화하고 무역 전쟁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주력 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서는 기술 혁신과 고급 인재 양성을 위한 투자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12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이 지난달 공개한 지식·기술집약적(KTI) 산업의 생산·무역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22년 전 세계 KTI 제조업 부가가치 점유율에서 전년(4.1%) 대비 0.3%포인트 하락한 3.8%를 기록했다. 이 지표에서 중국은 34.0%로 1위, 미국은 20.4%로 2위를 각각 차지했다. 한국은 일본(6.1%), 독일(5.6%)에 이은 전체 5위다.
KTI 산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고부가가치 업종으로 규정한 첨단기술 제조업과 지식 집약 서비스업을 합한 것으로, 이 중 대부분은 제조업이 차지한다. KTI 제조업에는 반도체와 휴대폰 등 한국의 주력 수출 상품 대부분이 포함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율이 세계 2위일 정도로 국가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우리나라의 KTI 산업 글로벌 경쟁력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한국은 2005년 KTI 제조 부가가치 점유율에서 5위로 뛰어오른 후 17년째 순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2004년까지 글로벌 4위에 그쳤지만 2011년 19.9%의 점유율로 19.8%인 미국을 넘어서며 ‘골든크로스’를 이룬 후 2022년에는 격차를 13.6%포인트까지 벌렸다.
전문가들은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첨단기술과 고부가가치 산업에 대한 고도화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태규 한국경제인협회 글로벌리스크팀장은 “생성형 AI 기술 발전으로 인해 제조업뿐 아니라 서비스업 등 산업 전반에 걸쳐 판도가 바뀌고 있다”며 “기술 패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제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하고 R&D 투자 확대를 통해 고급 인력 양성에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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