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차기 지도부 구성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전당대회 준비 체제에 돌입했다. 비상대책위원 인선을 두고 당은 ‘지역 안배’를 내세웠지만, 일각에서는 ‘친윤(친윤석열)계’ 인사가 대거 합류했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현재 유력한 당대표 주자로 거론되는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유승민 전 의원은 주말 동안 각각 공개 활동을 전개했다. 이들이 당대표 적합도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국민의힘은 12일 신임 정책위의장에 정점식(경남 통영·고성) 의원, 사무총장에 성일종(충남 서산·태안) 의원을 임명했다. 비상대책위원으로는 엄태영(충북 제천·단양) 의원, 유상범(강원 홍천·횡성·영월·평창) 의원, 김용태(경기 포천·가평) 당선자, 전주혜 비례대표 의원을 내정했다. 추경호 신임 원내대표와 호흡을 맞출 원내수석부대표에는 배준영(인천 중·강화·옹진) 의원을 선임했다.
이번 원내 지도부 구성은 ‘지역 안배’ 콘셉트에 따라 이뤄졌다. 윤희석 선임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일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자 했다”며 “이에 다양한 경험을 갖춘 능력 있고, 당내외 소통이 가능한 인사들로 비대위원과 주요 당직자를 임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수도권, 충청, 강원 등 국민의힘이 귀를 기울여야 할 지역 출신으로 인사들을 구성했다”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하지만 비대위 구성을 놓고 정점식·유상범 의원 등 여전히 친윤 색채가 강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추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다양하게 지역 등을 고려해 균형 있게 모셨다”며 “인사를 하고 나면 보는 관점에 따라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는데, 나름대로 비대위원장께서 고심 끝에 지금 할 수 있는 최적의 조합을 찾아서 인선했다”고 전했다. 이어 “친윤 이렇게 구분하는 데 이해하기 쉬운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도식에서는 좀 벗어나면 어떤가 생각이 든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의결 기구인 상임전국위원회가 13일 이들에 대한 임명안을 의결하고, 당연직 비대위원인 정책위의장 선임안이 주초 의원총회에서 추인되면 ‘황우여 비대위’가 정식 출범한다.
비대위는 같은 날 첫 회의를 개최해 전당대회와 관련한 논의를 진행하고, 윤석열 대통령과도 회동한다. 황 위원장은 지난 9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13일 비대위 첫 회의를 열 것”이라며 “이날 당대표 선출 방식과 전당대회 개최 시기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기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한 전 위원장과 유 전 의원은 공개 행보로 존재감을 나타냈다. 최근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서울 양재도서관에서 한 전 위원장을 봤다는 목격담과 인증샷이 나오며 화제가 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따르면 한 전 위원장은 검은색 재킷과 선거 운동 기간 즐겨 신었던 운동화를 착용하고 책을 읽었다. 책 제목은 김보영 작가의 <종의 기원담>으로 알려졌다.
한 전 위원장은 4·10 총선 참패 이후 정치 활동을 중단했다. 비대위원장직을 내려놓은 후 윤 대통령 오찬에 초대 받기도 했지만, 건강상 이유로 거절했다. 지난 3일에는 비서실장을 지낸 김형동 의원과 당 사무처 당직자 등 20여 명과 시내 모처 중식당에서 만찬을 했다.
유 전 의원은 지난 11일 서울 강남 모처에서 팬카페 ‘유심초’ 회원들과 대면 토크콘서트를 가졌다. 유 전 의원이 팬미팅을 연 것은 5년 만이다. 유 전 의원은 참석자들에게 전대 룰 개정의 필요성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국민 1인당 25만원 지급 특별조치법’에 대해 ‘위헌’이라고 지적하며 정치 활동 폭을 넓혔다.
이들의 영향력은 사퇴 후에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대표 적합도에서 유 전 의원이 28%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한 전 위원장이 26%로 오차 범위 내 박빙이었다.
조사는 무선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