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광현이가 자존심 상한다고 생각 안 하길 바란다.”
SSG 랜더스 베테랑 토종에이스 김광현(36)은 올 시즌 좋지 않다. 올 시즌 9경기서 3승3패 평균자책점 5.13이다. 퀄리티스타트는 네 차례밖에 없고, 커리어 통산 시즌 평균자책점 5점대는 한 번도 없었다는 점에서 ‘세월’이란 얘기를 꺼낼 만하다.
그러나 이숭용 감독은 10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여전히 김광현을 두고 “경쟁력이 있다”라고 했다. 9일 잠실 LG전서 6⅓이닝 3피안타 6탈삼진 3볼넷 3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지만, 내심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숭용 감독은 “그 경기를 져서 아쉬웠다. 그래도 광현이가 자신감을 찾은 것 같다. 앞으로 좋은 퍼포먼스를 기대한다. 광현이를 밀어붙일 생각을 하고 있었다. 본인도 더 하겠다고 하니 밀어붙였다. 결과에 대해선, 내 선택이었다. 광현이를 존중하는 게 맞다”라고 했다.
사실 SSG의 그날 7회말 수비가 썩 매끄럽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 결국 연속볼넷을 내주며 흔들리긴 했지만, 경기내용을 전체적으로 볼 때 고무적으로 판단했다. 평소와 달리 변화구 비율을 높인 게 소득이 있었다고 봤다.
김광현은 기본적으로 2022년 메이저리그 생활을 마치고 복귀한 뒤 패스트볼보다 변화구 구사 빈도가 높았다. 그런데 올 시즌의 겨우 포심과 주무기 슬라이더의 구사 비율이 거의 비슷하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포심 38%, 슬라이더 37.6%다.
여러모로 올 시즌 야구가 안 풀리니 피치디자인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와 달리 패스트볼 구위가 약간 떨어졌다고 해도 스피드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그날 LG전만큼은 커브 비중을 23.4%까지 올렸다. 그리고 커브를 구사할 때 단 1개의 안타도 맞지 않았다. 아무래도 타자들이 김광현을 상대할 때 패스트볼과 오랜 주무기 슬라이더를 염두에 두기 마련이다.
알고 보니 벤치에서 권유가 있었던 듯하다. 이숭용 감독은 “생각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광현이 생각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자존심 상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개인적 의견이지만, 이제 변화를 줘야 한다. 직구 스피드가 예전 안 나와도 직구는 여전히 살아있다고 생각한다. 직구가 빛을 발하려면 변화구를 섞는 게 맞다”라고 했다.
타자들이 ABS 시대에 더 적극적이라고 판단했다. 이숭용 감독은 “지금은 ABS 때문에 타자들이 적극적으로 (승부를 하러)들어온다. 쳐야 할 타이밍에서 로케이션을 바꾸면 투수들에게 유리해진다. 광현이가 패턴을 변경한 건 영리하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숭용 감독은 “다른 투수를 비교하는 건 그렇지만, 양현종도 빨리 그걸 바꿔서 지금도 좋은 투구를 한다. 광현이도 바꾸라는 얘기보다, 상황에 맞는 피칭을 하면 아직도 경쟁력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어제 던지는 걸 보면 타이밍을 잘 빼앗았다. 성숙미가 더 늘어난다고 해야 하나. 생각의 차이인데 광현이가 자존심 상한다고 생각을 안 하길 바란다”라고 했다.
양현종도 20대~30대 초반엔 파워피처였으나 30대 초반을 지나면서 피네스피처로 사실상 변신했다. 김광현도 미국에 다녀온 뒤 변화구 의존도가 높아졌지만, 파워피처와 피네스피처의 특성을 고루 가진 투수였다.
이숭용 감독의 말은, 김광현이 양현종 스타일로 무조건 변신하라는 게 아니다. 상황에 따라 피치디자인 변화를 유연하게 가져가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비록 그날 SSG는 졌지만, 이숭용 감독은 김광현의 변화가 성공적이라는 걸 확인했으니 칭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광현 역시 통산 161승의 대투수다. 그러나 그에게도 야구가 쉬운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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