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 시장 활황으로 뭉칫돈이 몰리던 공모주 하이일드 펀드의 투자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 일반 청약과 비교해 공모주를 더 많이 받는 게 장점인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공모주를 받는 게 어려워진 탓이다. 공모주를 받기 위해 일정 물량을 꼭 담아야 하는 BBB등급의 비우량 회사채 금리도 수요 폭증으로 왜곡되고 있다. BBB등급 회사채를 찾는 투자자가 많아지면서 신용도에 비해 금리가 떨어지는 이상 현상이 발생해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1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가 출시한 공모주 하이일드 펀드에 연초부터 9일까지 4300억원가량 순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모주 투자 열풍이 불며 공모주 펀드로 꾸준히 자금이 들어오고 있어서다. 최근 1개월간 유입된 금액만 1800억원을 넘어섰다.
최근 수익률은 낮지 않다. 대다수 공모주 하이일드 펀드 수익률은 연초 이후 2~3%대(세전)에서 움직이고 있다. 연초 대비 코스피지수 상승률이 2.14%인 점을 고려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수익률이 가장 좋은 펀드는 흥국하이일드알파증권투자신탁[채권혼합]A로 유일하게 4%대를 기록 중이다. 반면 마이너스(-) 수익률도 있다. 코레이트하이일드공모주플러스증권투자신탁[채권혼합]_A는 -0.72%, 현대인베스트먼트공모주하이일드증권투자신탁 1(채권혼합)A는 -1.25%로 다소 부진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당분간 수익 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공모주 하이일드 펀드는 투자 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회사채에 투자해 기본 수익률을 내면서 공모주로 추가 수익을 추구하는 방식인데, 채권과 공모주 모두 기대 수익률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공모주 하이일드 펀드는 신용등급 BBB+ 이하 회사채 45% 이상을 포함해 국내 회사채를 60% 이상 담을 경우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이 제공된다. 올해부터 공모주 우선 배정 비율이 기존 5%에서 10%로 늘어나면서 이같은 장점이 부각됐다. 개인이 직접 일반 청약할 경우 거액의 증거금을 넣어도 공모주를 몇 주밖에 받지 못하는데, 일정 조건을 충족한 공모주 하이일드 펀드는 더 많은 공모주를 받을 수 있어 이를 누리고자 자산가들의 자금이 몰린 것이다.
그러나 시장 참여자가 늘면서 공모주 물량의 10%를 우선 배정받는 것도 치열해졌다. 앞서 청약을 진행한 HD현대마린솔루션의 경우 수요예측 당시 3개월 의무보유확약을 걸어도 신탁 금액의 1% 미만만 배정받을 정도로 경쟁률이 높았다고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공모주 시장에 참여하면서 국내 기관 투자자 몫이 더 줄었다고 전했다. 받은 물량이 워낙 적어 HD현대마린솔루션 주가가 크게 올라도 펀드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셈이다.
펀드 자금이 몰리면서 기관이 담을만한 BBB급 회사채 수익률도 국고채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달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한 한진(BBB+)은 1년 6개월물 금리가 3.42%, 2년물 금리는 4.06%로 확정됐다. 1년 6개월물 금리는 한국은행 기준금리(3.5%)보다 낮다. 올해 들어 두산(BBB), 두산에너빌리티(BBB+), 두산퓨얼셀(BBB) 등도 기관 수요가 몰려 신용도 대비 낮은 금리에 채권을 발행했다. 공모주를 더 받으려는 수요가 늘면서 비우량채 품귀 현상이 나타날 정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공모주 하이일드 펀드 때문에 BBB등급 회사채가 A급 회사채보다 좋은 조건으로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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