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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 서울’을 공약으로 내건 여당이 4·10 총선에서 참패하면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메가시티(초광역도시) 추진 동력이 급격히 약화됐다. 메가시티가 정치권은 물론 국민적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국정 후순위로 밀려날 위기에 처했다.
10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행정안전부에 행정구역 개편을 위한 지자체의 주민투표 요청은 단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법·주민투표법상 지자체 관할구역을 변경하려면 주민투표나 지방의회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하며 주민투표는 행안부가 관장한다.
김포·고양·구리·과천·하남·남양주 등은 총선이 끝나면 서울 편입을 위한 행정절차에 본격 나설 뜻을 내비쳤지만 실제로는 중앙 부처와 지자체 간 논의가 중단됐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난해 말 김포시로부터 건의가 들어온 후 현재까지 추가로 주민투표 등 행정절차 요청을 해온 곳은 없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서 서울 편입을 주장한 국회의원 후보들이 대부분 낙마하는 등 메가시티 동력이 약해지면서 부처 내 자문기구 출범 시기도 연기됐다. 행안부는 메가시티 등을 자문하는 전문가 조직인 ‘미래지향적 행정 체제 개편 위원회’를 지난달 출범시키기로 했지만 민간 전문가 섭외, 국회 논의 등에 어려움을 겪으며 순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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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 김포시장은 총선을 이틀 앞둔 지난달 8일 총선 직후 행안부에 서울 편입 주민투표를 본격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20일 고기동 행안부 차관에게 주민투표 건의문을 전달하면서 올해 2월 초까지 주민투표를 마무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행안부의 타당성 마련 요구, 주민투표법상 총선 60일 전부터 선거일 당일까지는 주민투표가 불가능하다는 규정 때문에 주민투표가 좌절된 바 있다.
하지만 총선에서 서울 편입 공약을 내건 후보들이 모두 낙선하면서 여론 조성이 어려워졌다. 서울 편입 타당성 마련을 위해서는 주민 찬성이 있어야 하는데 총선 결과 서울 편입 반대 여론이 더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시의회 결의를 거치는 방법도 있지만 총선과 함께 치러진 보궐선거 결과 여야 동수가 되면서 쓸 수 없게 됐다. 고양·구리·과천·하남·남양주 등 타 기초단체도 마찬가지다.
총선을 앞두고 남발됐던 서울 통합 특별법도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국민의힘은 2025년부터 김포·구리·하남을 서울에 편입하는 특별법(경기도와 서울특별시 간 관할구역 변경에 관한 특별법)을 잇따라 발의했으나 여당 총선 참패 후 계류 상태다. 백경현 구리시장은 “특별법안은 자동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특별법이 아닌 지방자치법에 의한 서울과의 통합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논의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메가 서울’ 중심으로 흘러간 것이 메가시티 바람이 급격히 식어버린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해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가 충청권, 광주·전남권, 대구·경북권, 부산·울산·경남(부울경) 등 4대 초광역권과 강원권·전북권·제주권 등 3개 특별자치권 등 7개 메가시티를 만들어 지방 소멸을 막겠다고 발표했지만 ‘4+3’ 메가시티는 총선을 거치면서 메가 서울에 묻혀버렸다.
행정구역 개편이 지하철 노선 연장, 쓰레기 매립지 공유, 철도 기지 이전 등을 주고받는 정치적 거래로 변질되면서 국가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 과제가 외면받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의 한 구청장은 “경기 기초단체가 서울에 편입되면 도시개발권이나 예산 등 포기해야 할 게 너무 많다”며 “애초부터 정치 쇼에 불과했다”고 혹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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