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의 통신장비 사업 조직이 긴축 경영에 돌입했다. 주요 먹거리인 5세대(5G) 이동통신 시장이 전 세계적 불황을 겪고 있고 에릭슨과 노키아 등 글로벌 대형 업체들마저 휘청이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인건비 절감 등 경영 효율화를 이뤄 6G 시대가 오기 전 ‘보릿고개’를 넘겠다는 구상이다.
|
10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김우준 삼성전자 네트워크(NW)사업부장(사장)은 이날 오후 부서장급 이상 임직원을 불러 ‘경영 현황 설명회’를 갖고 사업 효율화를 위한 회사의 변화한 구상을 설명했다. 설명회에서 참석자들은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재도약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 ‘임원들부터 솔선수범하자’는 취지의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설명회 토론 결론을 회의 직후 전체 직원에게 공지했다.
결론은 두 가지다. 앞서 시장 호황기에 사업 확장을 위해 타 사업부에서 파견받았던 인력들을 원대 복귀시키고 임원들의 출장 경비를 줄임으로써 인건비를 절감하기로 했다. 파견 인력들은 면담을 통한 희망자에 한해 NW사업부를 나갈 수 있도록 했다. 임원들은 출장 시 항공기 비즈니스 대신 이코노미석에 앉고 숙소도 일반 직원 수준에 맞춰서 잡아야 한다. 회사 관계자는 “5G 통신장비 보급이 어느 정도 이뤄지면서 수요는 줄었고 새 먹거리인 6G 상용화까지는 더 기다려야 한다”며 “경영 효율화가 불가피하며 이는 삼성전자뿐 아니라 세계적 추세”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최근 임원들의 주 6일 근무제를 확산하는 등 전사적으로 긴축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특히 실적 부진을 겪는 NW사업부 역시 그 영향을 피해갈 수 없었다는 반응이다. NW사업부의 매출은 5G 보급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한 2020년 3조 5700억 원에서 2022년 5조 3800억 원까지 매년 두자릿수 성장을 이뤘지만 이듬해인 지난해 3조 7800억 원으로 29.7% 급감했다. 올해 역시 1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31.5% 감소한 7400억 원에 그쳤다.
이는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 통신사들이 5G 네트워크 구축을 어느 정도 끝내면서 추가적인 통신장비 수요가 급감한 데 따른 여파다. 2030년께 6G 상용화에 맞춰 새로운 통신장비 수요가 발생한다고 해도 수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통신장비 시장 규모는 2030년까지 연 평균 3.7%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각각 글로벌 시장에서 20% 안팎의 점유율을 가진 에릭슨과 노키아마저도 두자릿수 매출 감소를 겪고 지난해부터 임직원 10% 이상 규모의 구조조정을 단행 중인 상황이다. 점유율 6.1%의 후발주자 삼성전자가 받는 타격은 상대적으로 더 클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 기반의 온디맨드(주문형) 네트워크, 가상랜(vLAN)과 오픈랜(ORAN) 등 신기술 확보도 지속 추진 중이다. 특히 온디맨드 네트워크는 로봇 등 다양한 사물인터넷(IoT)에 필요한 각기 다른 주파수를 소프트웨어로 유연하게 구현하는 기술이다. IoT로 5G 시장을 넓힐 것으로 기대받는 만큼 앞서 김 사장이 글로벌 통신 행사 ‘모바일360’ 등에서도 강조한 바 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