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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부동산PF 정상화 방안 ‘장고’…갈등 조율 ‘시험대’

데일리안 조회수  

대주단·자금공급 주체 등 입장 달라

정부 ‘구원투수’ 역할에 비판도 거세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 ⓒ 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 ⓒ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 방안을 둘러싸고 장고에 들어갔다. 정상화 방안에는 부실 사업장의 신속 정리를 유도하고, 이를 위해 신규 자금을 공급하는 방안이 담길 전망이다. 그러나 이해관계에 따른 각 주체들의 온도 차는 여전하다. 정부 자금 지원에 대한 도덕적 해이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당초 이번주 중 부동산 PF 정상화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져 왔다. 금융당국은 오는 13일부터 17일까지 예정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미국 뉴욕 출장 전 정상화 방안을 공개하려 했으나, 관계 부처와 금융사·건설사들 간 조율이 지연돼 미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은 부실 채권 정리에 속도를 높이기 위해, 대주단에 ‘우선매수권’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대주단은 주로 제2금융권인데 부실 사업장을 매각하면, 향후 우량 사업장으로 거듭났을때 사업장을 먼저 되살수 있는 권리를 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주단은 부실채권에 대한 시장과 가격 눈높이 차이로 여전히 소극적인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100억원으로 평가된 담보물을 매수자 측은 자산 가격의 절반도 채 안되는 30억~40억원을 제시한다”며 “업권에서는 금리 인하에 따른 정상화까지 이자유예나 만기연장으로 버티는게 더 낫다는 시각”이라고 설명했다.

부실사업장 정리를 위해 자금을 공급할 은행과 보험사의 재무부담을 어떻게 낮출지도 관건이다. 당국은 은행과 보험사에 신디케이트론(공동 대출)을 조성해 브릿지론을 정리한다는 복안이지만, 금융사 입장에서는 사업성이 낮은 PF사업장 인수에 따른 리스크와 충당금 추가 적립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 있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금융사가 PF채권을 인수할 경우 ‘정상’ 여신으로 분류해 충당금 부담을 낮춰주는 인센티브도 검토되고 있지만, 충당금 기준을 임의로 조정하면 국내 금융사에 대한 대외 신뢰도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증권업계도 부동산PF 부실 폭탄에 흔들리고 있다. 증권사는 저축은행 등 다른 금융권에 비해 선순위 대출이 높아 그동안 PF 위험 노출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평가받았으나, 경·공매 활성화 방안에 따라 헐값에 부실 사업장을 처리하면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하다. 이렇게 되면 충당금을 추가로 대폭 쌓아야 하는데, 증권사들의 2분기 실적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익스포저 규모는 26조3000억원 수준으로 부실 사업장 정리에 따라 손실액은 4조6000억~7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부실PF 정리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부동산 호황기에 막대한 돈을 벌었으면서, 막상 부실이 날 때는 정부에 손을 벌리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실제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상위 20위권 건설사와 저축은행·캐피탈사는 26조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거두었다.

앞서 금융당국은 2022년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유동성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50조원 규모의 시장 안정조치를 마련했으며, 부동산PF 리스크를 겪고 있는 증권사에 3조원을 지원한 바 있다.

데일리안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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