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까지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서울 부동산 경매 시장에 매물이 71%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매물 자체는 늘었지만 건당 매각 금액은 크게 낮아지는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고금리 상황 초기에는 고가 매물이 경매로 출회됐다면 올해에는 저가 매물 소유주들까지 이자 부담을 버터지 못해 매물이 많아지는 영향으로 분석된다. 경매업계에서는 향후 금리 인하가 단행되기 전까지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지속해서 경매 시장에 저가 매물이 출회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9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월평균 매각건수는 402.3건으로 지난해 1분기 월평균 234건 대비 71.92%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1분기 하루 평균 13.3건이 경매 매물로 나오는 셈이다.
반면 1분기 월평균 매각가액은 2013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2089억원 대비 3.64% 줄었다. 이를 감안하면 올해 1분기 매각이 성사된 경매 한 건의 평균 매각가액은 5억23만원 수준으로 지난해 1분기 8억9263만원에 비해 43.96% 크게 줄었다. 그야말로 매물은 늘었지만 단가는 줄어든 박리다매 흐름을 보인 것이다.
부동산 경매는 대부분 강제·임의경매로 이는 부동산 소유주가 파산이 늘었다는 의미다. 강제경매는 채권자가 소송 등을 통해 판결문을 확보한 이후 법원에 신청하는 경매로, 주로 집주인이 세입자(임대인)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때 세입자가 소송을 제기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임의경매는 채무자가 은행 등의 대출금이나 이자를 갚지 못해 채권자가 담보를 설정한 부동산을 경매로 넘기는 경우다.
올해 1분기 나타난 박리다매 현상은 이 기간 매각된 경매 물건이 감정가보다 뚜렷하게 낮게 매각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1분기 매각된 경매 물건의 월평균 감정가액 규모는 2599억원으로 감정가율(감정가 대비 매각가 비율)은 77.44% 수준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 감정가율이 99.44%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1년 만에 17%포인트(p) 낮아진 수준이다. 지난해 1분기는 부동산 가격 상승세로 감정가액의 94%에 매물을 낙찰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올해 1분기에는 가격 하락세의 영향으로 감정가의 77%까지 낙찰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부동산 경매 매물 자체가 많아지면서 저가 매물이 크게 늘어난 것도 박리다매 현상에 큰 영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1분기 경매 진행건수는 월평균 2070건으로 지난해 1분기 1215.3건 대비 70.33% 늘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소수의 고가 물건이 먼저 경매 시장에 출회됐다면 올해는 고금리 상황이 길어지면서 이자를 못낸 저가 부동산 주인들이 많아져 경매 물건이 대규모로 늘었다는 진단이 나온다.
지난 2021~2022년 기간 동안 기준금리가 0.5%에서 3.5%까지 순차적으로 상향 조정되면서 금리 부담이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부터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3.5%로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시장에서 지난해 1분기 매각이 성사된 경매 한 건의 평균 감정가액은 9억4517만원이었으나 올해 1분기에는 6억4602만원으로 31.65%(2억9915만원) 크게 줄었다. 지난해 1분기에는 감정가가 9억원이 넘는 부동산 경매가 월평균 234건 성사됐으나, 올해 1분기에는 감정가가 7억원에 미달하는 수준의 부동산 경매가 월평균 402.3건 성사됐다는 분석이다.
경매업계 관계자는 “고가 주택이 많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1분기에는 저가 주택이 경매에 나오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먼저 영끌로 고가 주택을 매수한 집주인들이 고금리에 견디지 못한 데 이어 올해 영끌로 보기 어려운 집주인들마저 파산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매 전문가들은 향후 고금리 현상과 부동산 가치 하락이 겹쳐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경매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연초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경매 시장에 더욱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고 고금리 현상도 지속적으로 악재로 꼽히고 있다”며 “기준금리 인하가 연말까지 유예될 가능성이 높고 부동산 가격도 지금 수준에서 크게 반등하기 어려울 것 같아 앞으로도 1분기와 유사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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