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이 전년보다 2.1%포인트 상승하며 적자가 2조원에 육박했다. 작년 보험료를 평균 8.9% 인상했지만, 비타민주사로 대표되는 비급여주사료 등 과잉진료에 보험금 누수가 더 커진 탓이다. 금융당국은 보험금 누수 방지 및 다수의 선량한 계약자 보호를 위한 실손보험 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은 10일 이 같은 내용의 ‘2023년 실손보험 사업실적’을 공개했다. 지난해 실손보험을 취급한 17개 보험사의 경과손해율은 103.4%로 전년 101.3% 대비 2.1%포인트 증가했다. 경과손해율은 실손보험 손해율 지표로, 발생손해액을 보험료 수익으로 나눠 산출한다. 사업비가 포함돼 통상 80%를 넘기면 적자 상태를 뜻한다.
실손보험의 보험료 수익은 늘었지만, 보험손익 적자 폭이 더 커진 탓이다. 지난해 실손보험의 보유계약 건수는 3579만건으로 전년보다 0.4% 늘었다. 지난해 보험료가 평균 8.9% 올라 보험료 수익도 전년대비 9.5% 증가한 14조4429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럼에도 보험손익은 1조9738억원 적자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전년보다 적자 폭이 4437억원 늘었다.
지난 2017년 4월 출시돼 지난해 처음 조정된 3세대 실손보험의 보험료 인상분(평균 14%)이 보험금 지급분을 따라잡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2022년 출시된 4세대 실손보험은 아예 보험료가 동결됐다. 실제 상품별로 보면 3세대 137.2%, 4세대 113.8%, 1세대 110.5%, 2세대 92.7% 순으로 경과손해율이 높았다. 올해 평균 1.5% 인상되는 실손보험료가 2018년 동결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관련기사 : [보푸라기]’3배 뛴’ 실손보험료 고민?…1~4세대 총정리(2023년 10월21일)
비급여 과잉진료 통제 장치 부족도 손해율 악화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비급여 지급보험금은 8조126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백내장 수술 관련 대법원 판결로 보험금 한도가 줄어 2022년 다소 축소됐던 비급여 보험금이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다. 지난해엔 비타민·마늘주사 등 비급여주사료 보험금이 전체의 28.9%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비급여 진료는 의료기관이 가격, 진료량을 임의로 결정하기 때문에 같은 비타민주사를 맞아도 병원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실손보험이 국민 사적 안전망 역할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 등을 지속 추진하겠다”며 “오는 7월부터 개시되는 4세대 비급여 보험료 차등제의 안정적인 정착을 지원하고, 정당한 보험금 청구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지급되도록 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관련기사 : [보푸라기]4세대 실손보험료 할증 임박…폭탄 피하려면?(3월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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