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가 원하는 정보 한눈에”…’경험디자인’ 뭐길래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지방대학뿐만 아니라 서울 등 수도권 대학들에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학들은 미래 수요에 맞는 특성화 학과 강화, 신설학과 설립, 나아가 학과통폐합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본지는 위기 극복을 위해 분투하는 학교 현장을 찾아 대학 관계자와 학생 등 구성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본다.
“보호자가 치매 환자를 돌보다 보면 간병에 대한 동기부여가 줄어드는 상황이 많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제품을 설계해 봤습니다.”
2일 고려대학교 디자인조형학부 제품시스템디자인 조별과제 중이던 4학년 서채원 씨는 “감성적인 경험으로부터 간병 동기부여를 받는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학서 배우는 ‘경험디자인’…인간의 삶을 더 이롭게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늘어나는 치매 환자의 돌봄과 체계적 관리를 해결하기 위해 고려대 디자인조형학부 학생들이 머리를 맞대고 나섰다.
서 씨는 “치매 환자를 부양하는 일련의 과정 등을 단순노동으로 인식하지 않는 것이 핵심 포인트라 생각했다”며 “치매 환자와 부양가족과의 추억을 아카이빙(기록 보관)해주거나 환자의 인지능력이 저하되기 전에 남은 시간을 유의미하게 보낼 수 있는 감성적 기능 등 대화패턴을 디자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개 이 같은 ‘경험’을 말하면,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김보섭 고려대 디자인조형학부 학부장은 “지금 손에 지니고 있는 휴대전화, 컴퓨터, 자동차 화면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많은 것들이 사용자에 대한 ‘경험디자인’”이라고 했다.
쉽게 말해 휴대폰의 어플리케이션, 컴퓨터의 화면, 자동차의 네비게이션을 포함한 모든 시스템, 인포그래픽 등 우리가 한눈에 원하는 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디자인하는 행위가 ‘경험디자인’에 속한다는 것이다.
사회 변화에 맞춰 커리큘럼 진화…제품 설계까지
고려대 디자인조형학부는 1989년 사범대학 미술교육과에서 출발해 2000년 사범대학에서 미술학부로 독립한 이후 시행됐던 동양화, 서양화, 조소, 디자인 4개 전공을 2007년 2개 전공(조형미술전공, 산업정보디자인전공)으로 재편해 조형학부로 개편됐다. 그 후 2011년 학부 명칭을 디자인조형학부로 새롭게 출범하고 미래의 사회변화에 대처하는 발전적 토대를 갖추기 위한 커리큘럼과 환경을 마련했다.
사회 변화와 문화 트렌드에 맞춰 변화를 꿰한 고려대 디자인조형학부는 디자인전공과 예술전공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크게 산업정보디자인전공과 조형미술전공으로 나뉜다. 김 학부장은 “디자인은 실용적인 제품이나 시각물들 혹은 휴대폰의 화면 등을 다루고 예술은 미술관에서 볼 수 있는 예술작품을 만드는 일을 한다”고 설명했다.
디자인조형학부에 개설된 제품시스템디자인 강의는 ‘경험디자인’을 배울 수 있는 커리큘럼 중 하나다. 인간을 위한 제품과 그 안에 담겨 있는 정보를 연결해 사람들이 원하는 요구를 만족시키는 과정을 다룬다.
디자인조형학부 학생들은 이 같은 수업 내용을 기반으로 직접 관련 제품 설계까지 나서고 있다.
4학년 윤총명 씨는 같은 수업에서 “삼킴장애 아동과 보호자를 위한 앱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아동의 식사행동 향상, 원인별 맞춤형 대응방법을 제공하고 놀이기반 훈련도구를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졸업전시를 준비하고 있는 4학년 김승연씨도 “팀원들과 함께 ‘스포츠 AI 앱’ 관련 개발을 하고 있다”며 “앱 사용자가 경기 관람 시에 게임 룰을 이해하기 쉽도록 게임 규칙과 진행 방법을 사용자에게 친절하게 설명, 이해를 돕는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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