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경쟁에 금리 ‘뚝뚝’…중기대출 금리 역전현상도
저원가성 예금 급증…자금 조달 비용 압력 약해져
시중은행들이 기업대출시장을 놓고 ‘혈투’를 벌이면서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의 주 수입원이던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서자 기업고객 유치로 영업전략을 일제히 바꾸면서 금리 인하 경쟁에 나선 탓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ㅜ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기업 대출(대기업+중소기업) 잔액은 796조455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75조9676억 원 늘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640조672억 원을 기록했다. 전월 대비 5조1655억 원, 작년 말과 비교해서는 9조1817억 원 증가했다.
기업대출이 크게 불어난 것은 규제 강화로 가계 대출을 늘리기 어려워지자 은행들이 기업 영업 강화로 전략을 선회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까지 직접 발로 뛰며 기업대출에 적극 나섰고 올해 들어서는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도 동참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업대출 금리도 꾸준히 떨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월 평균 연 5.25%였던 시중은행의 기업대출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올해 2월 연5.03%로 하락했다가 3월에는 연 4.96%까지 내려갔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금리 하향세가 두드러진다. 올 초 연 5.28%였던 대출 금리는 3월 연 4.93%로 0.35%포인트(p)나 내려앉았다. 같은 기간 대기업 대출 금리보다 오히려 낮은 수준이다. 통상 은행은 상환능력 등 리스크를 감안해 금리를 결정하는데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이 낮은 금리로 대출받는 게 일반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하나·우리은행을 필두로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중소기업 대출 영업 강화에 나섰다”면서 “특히 채권시장 등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진 중소기업들이 은행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어 양측의 욕구가 맞물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처럼 은행들이 금리 경쟁을 벌일 경우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은행들의 ‘출혈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은행들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조달 비용이 낮은 수신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있어서다. 올해 1분기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수시입출금식 예금 포함) 잔액은 656조9745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626조8703억 원보다 30조1042억 원 확대된 규모다.
올해 1분기 시중은행들의 기업대출 비중이 늘어났음에도 순이자마진(NIM)은 오히려 전분기대비 개선됐다. 기업대출 확대에 적극적이었던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NIM은 각 1.55%, 1.68%로 전분기 대비 0.03%p, 0.02%p 올랐다. 국민은행도 1.87%로 전분기보다 0.04%p 상승했다. 신한은행과농협은행은 2.00%와 1.87%로 전분기대비 각각 0.03%p씩 개선됐다.
마냥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증시 상황이나 계절적 요인 등에 의해 저원가성 예금 이탈은 언제든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조달비용 측면의 압력이 낮아지며 은행들의 NIM은 대체로 개선되는 추세가 나타났으나 향후 조달 환경이 어떻게 변할 지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과거 저금리 시기 발행한 채권 만기 도래 등 조달비용 압력이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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