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에 대한 정기검사에 돌입하면서 ‘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NH투자증권 대표 선임 과정을 놓고 벌어진 강호동 농협중앙회장과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의 갈등이 금감원을 움직이게 한 촉매제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오는 20일부터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에 대한 정기검사에 들어간다. 당국은 2년마다 실시하는 정기검사지만 최근 ‘농협금융지주 및 농협은행 정기검사 착수’라는 제목의 참고자료를 내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주목할 부분은 당국이 표면적으로 최근 발생한 110억원 규모의 배임 사고 등 내부통제 취약점을 검토·개선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밝히면서도 그 근본적 원인이 지배구조에 있다고 언급한 점이다. 금감원은 “지주회사법, 은행법 등이 정하는 대주주(농협중앙회) 관련 사항과 지배구조법에서 정하는 사항을 살펴보고 필요한 경우 개선을 지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협금융지주는 지난 2012년 ‘신용·경제사업 분리’ 이후 중앙회에서 분리, 독립적인 금융지주사로 출범했다. 이를 통해 은행·증권·보험사 등 산하 계열사에 대한 독립적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다. 하지만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데다 200만명이 넘는 조합원의 대표성을 띠고 있어, 중앙회가 금융지주 및 산하 계열사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다. 이에 중앙회 인사들이 농협금융 계열사로 겸직·이직하는 창구가 돼 전문성 없는 인선이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금감원은 비료와 농기계 관리 등을 전담하는 중앙회 출신 영농 지원단장이 ‘시군지부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사실상 은행지점장 역할을 하는지도 조사할 방침이다.
최근 일어난 ‘NH투자증권 사장 선임’ 사태가 지배구조 이슈에 기름을 부었다는 평가도 지배적이다. 해당 사태는 이석준 회장이 전문성을 내세운 증권사 내부 인사를 추천한 반면, 강호동 회장은 증권사 이력이 없는 중앙회 출신 인사를 밀어주면서 갈등이 표면화됐다. 사태는 이석준 회장의 추천 인물이 최종 선임되면서 일단락됐다. 하지만 계열사 사장 인선을 놓고 금융지주와 중앙회의 대립 구도가 표면화 되면서, 당국이 ‘중앙회-금융지주-은행’으로 이어지는 농협의 독특한 지배구조 손보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금융권은 당국이 이번 검사를 계기로 중앙회장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는 농협금융 비상임이사에 대한 역할론 문제제기를 할지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통상 농협금융 비상임이사는 중앙회장이 추전하는 인물로 선임되는데, 국내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농협금융만 계열사 선임 대표 과정에 비상임이사가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금감원이 비상임이사 시스템에도 칼날을 겨눌지 관심”이라고 말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