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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도입된 새 회계제도(IFRS17·9) 여진이 생명보험업계에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생명보험업계 1분기 실적이 급감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화생명,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 등 주요 생보사들의 1분기 순이익 감소폭이 최대 60~70%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적 급감 배경은 두 가지다. 우선 고금리 여파로 투자손익이 1년 전 대비 급감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올해부터 생명보험사들의 ‘미보고 발생 손해액(IBNR)’을 인식하는 기준이 달라져 1분기 동안 쌓아야 할 자본이 수백억원 규모까지 발생할 것이란 분석이다. IBNR은 고객이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보험금 청구를 아직 하지 않을 경우까지 계산한 추정 보험금을 말한다. 예컨대 고객이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지만 수개월 뒤 보험금 청구를 할 경우에 대비해 마련된 계정이다.
문제는 주가다. 대표 저평가 종목으로 꼽혔던 생명보험사 주가는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에 상승세였지만, 1분기 실적 발표를 기점으로 단기적으로 상승 동력이 상실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에선 회계제도 변경으로 인한 일회성 요인인 만큼, 2분기부터 경상적 수준의 실적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1분기 순이익 전망치는 5204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34.5% 감소한 수치다. 삼성생명의 실적 하락 전망은 상징적이다. 업계 1위 보험사인 만큼 자산운용 규모 등을 고려하면 경쟁사들의 하락폭은 더욱 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화생명(-61%), 미래에셋생명(-60%), 동양생명(-72%) 등 주요 생보사들의 순이익이 급감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생명보험사 실적이 암울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은 새 회계제도(IFRS17·9) 도입 영향 때문이다. 올해부터 생명보험사들의 IBRN 인식 기준이 손해보험사들과 같아진다. IBNR이 많을수록 곳간에 쌓아야 할 자본금(책임 준비금)이 많아져 자본에 부담이 된다. 그동안 생보사들이 IBNR을 실질적으로 보험금이 지급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계산했는데, 올해부터는 손해보험사들처럼 보험 사고가 발생한 시점으로 앞당겨서 계산해야 한다. 시장에서는 각 생보사들이 올 1분기 추가적으로 쌓아야 할 책임준비금이 수백억 규모라고 추산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고금리 여파에 투자손익도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IFRS9이 도입되면서 순이익이 반영되는 채권 등 투자자산이 대폭 확대되면서, 금리 민감도가 높아졌다. 특히 손해보험업계 대비 자산운용 규모가 큰 생명보험업계의 경우, 투자손익 하락 폭이 더욱 커질 수 있다.
향후 관전포인트는 생명보험사들의 단기 주가 변동성이다. 보험주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대표적인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로 꼽혀, 밸류업 수혜주로 분류됐다. 하지만 이번 1분기 실적 발표로 단기적으로 주가가 힘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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