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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기자회견 때 일본 음식 중에 뭐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받아서 소바(메밀국수)라고 얘기했는데 ‘소바 소녀’처럼 보도됐더라고요. 재밌는 경험이었어요.”
5일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메이저 대회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 살롱파스컵을 제패한 여고생 이효송(16·마산제일여고)은 우승한 날을 옛날 추억 얘기하듯 떠올렸다. 15세 176일의 JLPGA 투어 역대 최연소 우승, 한국 아마추어 선수로 12년 만의 JLPGA 투어 우승, 한국 선수로 4년여 만의 JLPGA 투어 메이저 정복, 7타 열세를 뒤집는 대역전승 등 숱한 기록을 남겼지만 이효송에게는 그저 흐뭇한 과거일 뿐인 듯했다.
9일 경기 용인의 한 골프 연습장에서 만난 이효송은 “귀국한 월요일은 고모랑 카페에 가서 음료를 마시면서 보냈고 화·수요일에는 아마추어 대회 준비로 전남 나주랑 경남 거창에 답사 라운드를 다녀왔다. 그러고 나서 오늘 코치님을 만나서 레슨 받고 연습했더니 좀 피곤하기는 하다”며 웃었다.
강민구배 한국여자아마추어선수권 우승 자격으로 살롱파스컵에 출전한 이효송은 첫날 공동 71위였던 순위를 3라운드까지 공동 10위로 끌어올리더니 최종일 5언더파를 몰아쳐 기적의 역전 우승을 거뒀다. 17번 홀(파3) 2m 버디에 18번 홀(파5) 3m 이글 퍼트 성공으로 1타 차 우승을 완성했다. 핀까지 235야드를 남기고 친 마지막 홀 3번 우드샷이 압권이었다. 이효송은 “웨지와 쇼트 아이언이 가장 자신 있고 3번 우드도 나름 자신 있는 편”이라면서 “딱 맞을 것 같은 거리여서 자신 있게 쳤는데 딱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다시 치라고 하면 그 정도로 잘되지는 않을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캐디가 현지 일본인이어서 도움을 받는 데 한계가 있었을 텐데도 이효송은 “일본어로 간단한 의사소통은 할 수 있어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며 “끝나고 신지애 프로님이 수고했다고 하면서 ‘나이스 플레이’라며 하이파이브를 먼저 해주셨다. 정말 멋있었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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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학년 때 할아버지를 따라간 연습장에서 처음 골프 클럽을 잡은 이효송은 지금까지 아마추어 대회에서 개인전 우승만 마흔여섯 번이다. 한 해 13승을 거둔 적도 있다. 지상파 방송의 ‘영재발굴단’ 프로그램에 소개되기도 했던 그는 “초등 5학년 때 나갔었다. 그때 샷 하던 영상을 보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면서 “‘초등생인 그때도 무뚝뚝했구나’ 싶다.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흑역사’다. 지금은 그래도 웃길 때는 잘 웃는 편”이라며 미소 지었다.
하루 5~6시간씩 연습하던 이효송은 양 손목 통증 탓에 연습 시간을 하루 2시간 정도로 줄여야 했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컨디션 관리에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했다. 고진영, 리디아 고(뉴질랜드) 등을 가르치는 이시우 코치에게도 공을 돌렸다. 올 초봄부터 이효송을 본격적으로 지도하고 있는 이 코치는 “백스윙 때 손이 먼저 올라가 두 번에 나눠서 이뤄지던 기존의 동작을 손목에 부담이 안 가도록 원 플레인(하나의 스윙면)에 가까운 느낌으로 바꾸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골프를 “’따박따박’ 치는 스타일이지만 그러면서도 공격적”이라고 소개한 이효송은 “고진영·김효주 프로님이 롤모델”이라고 했다. 스스로 별명을 지어달라는 요청에는 “침착하면서도 공격적이라는 느낌을 주는 별명이면 다 좋겠다”고 말했다.
일본 메이저 우승에 당장 다음 시즌 JLPGA 투어 출전권이 주어질 가능성도 있지만 이효송은 “일단 현재의 국가대표 생활을 충실히 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는 다음 달 한국여자오픈(국가대표 자격)과 9월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추천 선수)에 출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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