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일본 소프트뱅크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전문 기업인 그래프코어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반도체 설계기업 ARM을 인수한 뒤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이뤄내며 큰 이익을 거뒀는데 그래프코어를 통해 이러한 성과를 재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9일 블룸버그가 관계자들로부터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수 개월 전부터 영국 그래프코어와 인수합병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들어 두 기업의 협상이 빠르게 진전되며 성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블룸버그는 그래프코어의 기업가치가 한때 28억 달러(약 3조8300억 원)로 평가받았다며 아직 인수 가격에 대한 논의는 오가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래프코어는 2016년 영국에서 설립된 반도체 스타트업으로 ‘지능 처리장치(IPU)’ 기술을 주력으로 한다. 이는 데이터서버의 인공지능 연산에 활용될 수 있는 반도체다.
한때 엔비디아에 맞설 만한 잠재력을 갖춘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삼성전자와 보쉬, 세콰이어캐피털 등 글로벌 기업에서 초기 투자를 유치했던 이력도 있다.
그러나 그래프코어는 제품 판매 감소에 따른 실적 부진으로 재무구조가 악화한 상황으로 파악된다. 2022년부터 매출 감소세가 뚜렷해졌고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도 이어졌다.
블룸버그는 손정의(마사요시 손) 소프트뱅크 회장이 1천억 달러(약 137조 원) 규모 인공지능 반도체 벤처 설립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그래프코어 인수 논의가 오가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내부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손 회장은 소프트뱅크 자회사 ARM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대형 인공지능 반도체 전문기업을 키워내 엔비디아와 정면으로 대결하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 반도체와 관련한 기술 역량을 충분히 확보해야 하는 만큼 그래프코어 인수는 자연스러운 수순이 될 수 있다.
소프트뱅크의 그래프코어 인수는 ARM 인수와 같은 성공사례를 재현해 큰 금전적 이득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전략적 선택으로 꼽힌다.
2016년 소프트뱅크가 320억 달러에 인수한 ARM은 한때 엔비디아에 400억 달러를 받고 매각하는 계약이 체결됐지만 각국 경쟁당국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무산됐다.
이후 소프트뱅크는 ARM을 미국증시에 상장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현재는 약 1091억 달러의 시가총액을 기록하고 있다.
ARM의 인공지능 반도체 관련 사업이 투자자들에 성장성을 인정받으면서 소프트뱅크에 큰 평가차익을 안기게 된 셈이다.
그래프코어가 소프트뱅크에 인수된 뒤 ARM과 같이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기회를 얻는다면 이는 손 회장이 주도한 새로운 투자 성공사례로 남게 될 수 있다.
또한 소프트뱅크의 대형 인공지능 반도체기업 설립이라는 중장기 목표 달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블룸버그는 아직 인수합병과 관련해 논의가 이뤄져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소프트뱅크와 그래프코어 사이 협상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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