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1억원을 넘어서며 승승장구하던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이 두 달 만에 8000만원선을 위협받고 있다. 미 연방준비위원회(Fed)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점차 옅어지는 가운데 미국발 규제 소식까지 들려오는 등 겹악재에 고전하고 있다.
9일 오전 한때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전일 대비 3% 넘게 빠지며 8560만원선을 기록했다. 오후 들어 일부 반등, 8660만원 까지 오르기는 했지만, 두 달 전 1억원을 넘나들던 위용과는 거리가 멀다. 5월초 8000만원까지 빠지면서 한 때 7000만원대로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엄습하기도 했다.
3월초 1억원을 넘긴 비트코인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그래도 9000만원선을 유지했다. 그러나 별다른 상승동력을 찾지 못한 채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지금은 눈높이를 8000만원대까지 낮췄다. 미 연준은 지난 1일 기준금리를 6회 연속 동결했다.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유출 역시 계속되고 있다. 금융정보 플랫폼 파사이드 인베스터에 따르면 지난 7일 미국 현물 ETF에서 1570만달러(약 215억원)가 유출됐다.
지난달 거래가 시작된 홍콩 비트코인 현물 ETF는 당초 시장의 기대보다는 저조한 성적을 내고 있다. 홍콩 비트코인 현물 ETF 자금 유입액은 지난 30일부터 일주일간 약 2250만달러 수준이다.
제임스 세이파드(James Seyffart) 블룸버그 ETF 전문가는 “홍콩과 미국 시장에서의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성과는 절대적인 수치로 비교할 수 없다”며 “상대적으로 본다면 홍콩 시장에서는 유의미한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급락에 영향을 끼친 또 다른 소식은 ‘SAB121 법안’과 관련된 미국발 규제 소식이다. 미국 금융위원회(FSC)에 따르면 9일(현지시각) 미국 하원은 증권거래위원회(SEC)의 ‘SAB121’법안 적용을 무력화 하는 공동 결의안이 통과됐다.
‘SAB121’은 제도권 금융회사들의 가상자산 시장 진입에 규제를 적용하는 법안이다. 금융기관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수탁할 시 이를 자산 총액에 포함하도록 해 상당한 자본과 비용이 수반되도록 한다.
다만 백악관은 이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이날 백악관은 “SEC는 가상자산 투자자들과 금융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SAB 121을 거부하는 공동 결의안은 향후 SEC의 능력을 부적절하게 제한하고 금융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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