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인세수가 급감하면서 1분기 나라살림 적자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3개월만에 올해 적자 예상치의 80%를 차지해 재정 악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기획재정부가 9일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5월 호’에 따르면 올해 1~3월 관리재정수지는 75조 3000억 원 적자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조 3000억 원이나 규모가 급증했다.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정부의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기금(국민연금·사학연금·산재보험·고용보험)을 제외한 것이다.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크게 늘어난 것은 세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예산 집행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1~3월 누적 국세 수입은 84조 9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조 2000억 원 감소했다. 부가가치세 수입이 전년 동기 대비 3조 7000억 원 늘었지만 같은 기간 법인세 수입이 5조 5000억 원이나 줄었다. 그 결과 1분기 관리재정수지 적자폭은 연간 목표의 82.2%에 달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적자 기업이 늘면서 법인세 감소 폭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며 “세수 여건과 지출 스케줄에 따라 연간 목표 수준에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돈을 쓰는 속도는 빨라졌다. 1분기 기준 총지출은 전년 대비 25조 4000억 원 늘어난 212조 2000억 원으로, 올해 본예산(656조 6000억 원)의 약 3분의 1을 올해 1분기만에 지출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출 폭이 커진 것은 신속집행 예산 지출 속도가 늘어난 탓”이라며 “신속집행 대상 예산 252조 9000억 원 중 3월까지 41.9%(6조 1000억 원)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야당의 요구대로 전 국민 25만 원 지원을 하게 되면 재정건전성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나라살림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경상수지는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3월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3월 경상수지는 69억 3000만 달러(약 9조 4664억 원) 흑자를 기록했다. 1분기 기준 흑자 규모는 한은의 상반기 전망치인 198억 달러의 85%(168억 4000만 달러)에 달한다. 한은은 이 같은 수출 호조세에 발맞춰 연간 경상수지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전망이다.
항목별로는 3월 기준 상품수지가 80억 9000만 달러로 12개월 연속 흑자를 냈다. 수입이 지난해 3월보다 13.1% 감소한 반면 수출은 같은 기간 3% 증가한 582억 7000만 달러를 찍었다. 수출입 품목별로는 반도체 수출액이 118억 3000만 달러를 기록, 전년 동월 대비 34.5%나 급증해 수출 상승세를 견인했다. 반면 화학공업제품(-11.4%)과 철강제품(-9.4%), 승용차(-5.7%) 등 수출액은 감소했다.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인해 3월 원자재 수입도 전년 동월 대비 18.4% 줄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