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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경상수지가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69억 3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서비스수지 개선을 위해서는 해외 관광객을 끌어모을 국내 인프라 구축 등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경상수지는 69억 3000만 달러로 잠정 집계돼 지난해 5월 이후 11개월 연속 흑자를 지속했다.
이는 역대 전체 월 기준 64번째, 3월 기준 네 번째로 높은 수치다.
상품수지 역시 80억 9000만 달러로 전월(66억 1000만 달러) 대비 흑자폭이 확대됐다.
수출은 582억 7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3.0% 증가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34.5%) △정보통신기기(7.9%) △석유제품(3.3%)이 상승세를 견인했다. 지역별로는 동남아(12.7%)와 미국(11.6%)으로의 수출이 돋보였다.
반면 수입은 501억 8000만 달러로 집계되며 전년 동월 대비 13.1% 감소했다. 에너지 가격 하락에 원자재를 중심으로 감소세가 지속되는 모양새다. 원자재 중 석탄, 가스, 화공품의 감소율은 각각 40.5%, 37.6%, 21.7%로 집계됐다.
반도체제조장비(-23.6%), 정보통신기기(-7.2%) 등 자본재 수입도 3.5% 줄었고 소비재 수입도 승용차(-21.8%), 곡물(-13.1%), 직접소비재(-4.7%) 등 9.5% 감소했다.
상품수지와 달리 서비스수지는 24억 3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해상운송 지급이 늘면서 운송수지는 1억 2000만 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여행수지는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10억 7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 전월(13억 6000만 달러)보다 적자폭을 축소했다.
지적재산권수지는 8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특허권 및 상표권 사용료 수입이 줄면서 적자폭이 확대됐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본원소득수지는 18억 3000만 달러로 흑자였다. 배당소득수지와 이자소득수지도 각각 17억 8000만 달러와 3억 달러로 선방했다. 다만 이자소득수지의 경우 이자소득 수입이 줄면서 흑자폭이 전월(7억 6000만 달러)에 비해 축소된 수치다.
금융계정 순자산은 110억 6000만 달러로 전월대비 증가폭을 키웠다. 이는 2020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직접 투자와 증권 투자는 각각 12억 2000만 달러와 97억 2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기타투자는 42억 2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직접투자에서는 내국인 해외투자가 28억 3000만 달러 증가했고 국내투자는 16억 1000만 달러 증가했다.
증권투자에서는 내국인 해외투자가 채권을 중심으로 88억 8000만 달러 증가하고, 국내투자는 채권을 중심으로 8억 4000만 달러 감소했다.
올해 1분기 경상수지는 168억 4000만 달러로 지난 2월 당국 내놓은 상반기 전망치(198억 달러)의 85% 수준이다. 신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반도체를 비롯한 IT 품목의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고 이외에도 자동차, 선박, 일반기계의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등 전반적으로 수출 회복세가 굉장히 강해 연간 전망치(520억 달러)도 상회할 가능성이 점쳐진다”면서도 “환율과 국제유가 변동성이라는 리스크가 있어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상수지 흑자는 지난달 발표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도 연결된다. 한국은행은 올해 1분기 실질 GDP 성장률이 1.3%로 집계됐다고 지난달 25일 밝혔다. 이는 2021년 4분기(1.4%) 이후 2년 3개월 만의 최고치로, 지난해 4분기 성장률(0.6%)을 약간 웃돌 것이란 당초 시장의 기대보다 높은 성적이다.
신 국장은 “경상수지에서 IT 품목 중심으로 수출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순수출의 기여도가 커졌다는 측면에서 경상수지의 흑자 규모 확대가 GDP와도 연결된다”라고 말했다. 다만 ‘GDP 서프라이즈’의 결정적 요인은 부진한 흐름이 예상된 내수의 선방이라고 분석했다. 대형 건설 공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데다 온화한 날씨로 민간 소비가 늘어나면서다.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서비스수지에 대해서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서비스수지는 지난 2022년 4월 2억 7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한 이후 2년째 적자다.
신 국장은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특성상 서비스수지의 흑자전환이 쉽지 않다”며 “운송수지는 해외 선박사를 이용하는 경우가 있고 여행수지는 국내 입국 관광객보다 내국인의 해외 출국 수가 훨씬 많아 전통적으로 적자가 난다”고 말했다. 이어 “서비스수지의 흑자기조를 위해서는 정부 정책과 경제·산업 구조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만성적으로 적자가 나는 여행수지 개선을 위해서는 해외 관광객 유입을 위해 국내 인프라를 확충하는 등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달러 강세와 ‘초엔저’ 현상이 지속되며 일본인 여행객의 국내 유입을 기대해 볼 만하다고 전망했다. 신 국장은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인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일본인의 여행 심리가 엔저로 얼어붙을 것이라는 분석과, 달러 강세에 따라 한국으로 들어온다는 분석이 모두 존재한다”며 “엔저가 여행수지에 미치는 영향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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