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약세에 봄철 황금연휴인 골든위크가 겹친 일본에선 세계 각지에서 밀려오는 관광객으로 인해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 문제가 연일 논란거리다. 관광 수익 증가로 인해 일본의 GDP(국내총생산)가 높아지는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관광지가 있는 지자체에서는 급증한 관광객 대처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한 해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2506만명(추계치)으로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19년의 80% 정도까지 회복했다. 지금 추세대로 간다면 올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요미우리신문은 7일 이처럼 방일객 급증으로 인해 이전부터 거론되어 오던 ‘오버투어리즘’을 둘러싼 문제도 다시 부상 중이라고 보도했다.
‘오버투어리즘’은 2016년 무렵부터 세계 각지의 유명 관광지를 중심으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일본에서는 후지산에서 쓰레기 무단 투기와 조난 사고 등이 발생하면서 문제가 지적됐고 오키나와에서는 다이빙 관광객이 몰려들어 산호초가 오염되는 피해가 발생해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올해는 기록적인 엔저까지 겹쳐 관광객이 더욱 늘어나 일부 지자체와 사업자들이 자연 경관을 일부러 차단하거나 관광객들에게 추가 요금을 거두는 대책들을 내놓고 있다.
이중 ‘특단의 조치’로 화제가 된 곳이 한국 및 중국 관광객에도 알려진 야마나시현의 ‘후지산 인증샷 성지’다. 로손 편의점 간판 위로 장엄하게 솟은 후지산 사진이 인터넷 상에서 화제가 되자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완화된 2022년 연말부터 사진을 찍기 위해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급증했다.
좁은 도로를 가로지르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인해 주변이 혼잡해졌고 무단으로 쓰레기를 버리거나 주차하는 관광객들도 많아졌다.
그러자 야마나시현 후지카와구치코마치 당국은 지난달 30일 후지산을 가리는 높이 2.5m, 폭 20m의 검은색 가림막을 설치했다.
또한 일부 지역에서는 당일치기 관광객에게 세금을 걷는 지자체도 등장했다.
히로시마현 하쓰카이치시에서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이쓰쿠시마 신사가 있는 섬인 미야지마를 찾는 방문객에게 1인당 100엔(약 900원)을 받고 있다. 미야지마는 숙소가 많지 않은 탓에 이곳을 찾는 관광객 대부분이 당일치기로 섬을 둘러본다.
또 다른 세계유산인 ‘기이(紀伊) 산지의 영지와 참배길’이 있는 와카야마현 고야초도 2028년 4월 이전에 관광객을 대상으로 세금 징수를 시작할 계획이다.
내년 4월 오사카·간사이 만국박람회를 개최하는 오사카부는 외국인 관광객만을 상대로 ‘징수금’을 걷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오버투어리즘’의 원인 중 하나로 관광객이 특정 지역에만 편중되어 있는 현상을 꼽고 있다. 일본 관광청에 따르면 지난해 방일객 누적 숙박수 1억 1433만명 가운데 74%가 홋카이도와 도쿄, 교토, 오사카, 후쿠오카 등 5개 지역에 집중됐다. 2019년(65%)보다 편중도가 커진 양상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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