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사업 확장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그룹의 숙원 과제였던 증권사와 보험사로의 사업 확장이 가시권 안으로 들어오면서다.
다만 일각에서는 그룹의 숙원사업이라는 명분 아래 속도만 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우리금융지주의 계획대로 사업포트폴리오를 확장한다고 하더라도 은행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개선하는데 큰 효과는 없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임기 절반가량을 소화한 임종룡 회장이 연임을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것이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올해 하반기 중 포스증권과 우리종합금융(이하 우리종금)의 합병을 통해 증권사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현재 매각작업이 진행중인 롯데손해보험 인수전에도 참여 의향을 밝혔다. 그룹의 핵심 과제였던 증권사와 보험사 포트폴리오를 한 번에 품겠다는 청사진이다.
증권사 설립, ‘묘수’ 냈지만 효과는 ‘미지수’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3일 우리종금과 포스증권 합병을 통해 증권업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룹 성장을 위해 가장 필요하다고 꼽힌 증권업 진출을 공식화한 것이다.
우리금융지주가 증권업에 진출하는 ‘방식’ 자체는 임종룡 회장의 ‘묘수’가 통했다는 분석이다. 증권사를 품에 안으면서도 ‘큰 돈’을 들이지 않는 구조여서다.
핵심은 포스증권을 인수하는 것이 아닌 우리종합금융과 합병을 통해 증권사에 진출한다는 것이다. 두 회사를 합병하면 회사의 지분 비율은 합병 비율에 따라 재편되는데 우리금융지주가 97.1%, 한국증권금융이 1.5%를 가지게 된다. 우리종합금융의 규모가 포스증권보다 크기 때문에 우리금융지주가 대주주의 지위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100% 완전 자회사로 만들기 위해 추후 한국증권금융이 보유한 포스증권의 지분을 추가 인수할 수 있겠으나 당장은 ‘돈’이 안들어가는 구조다.
게다가 포스증권은 리테일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어 최근 증권사의 최대 난제인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관련 충당금 적립 이슈도 적다. 재무나 자본 부문 이슈에서 자유롭다는 얘기다.
하지만 증권업 진출 의미 외에 당장 그룹 포트폴리오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려면 라이선스 추가 획득이 급선무다.
우리종금과 포스증권을 합병하더라도 덩치가 너무 작다는 점도 한계다. 두 회사가 합병한 이후 자산은 약 6조6000원대로 추산된다. 대형 증권사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증권사 인수를 통한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는 이루기 힘들 것이란 얘기다. ▷관련기사 : ‘너무 작은’ 우리투자증권…갈 길 먼 우리금융
금융권 한 관계자 역시 “과거 KB금융지주나 신한금융지주가 대규모 M&A를 통해 순익을 끌어올리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낸 것과 달리 우리금융이 증권업 진출이 당장의 포트폴리오 개선에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우리금융 역시 이를 인지는 하는 모습이다. 우리금융 측은 10년이라는 장기적인 시계에서 증권사의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필요 하다면 추가 증권사 M&A에까지 나선다는 계획이다.
롯데손보 인수전도 참여…여력은 있다지만
우리금융지주가 포스증권과 우리종금의 합병을 통해 증권업에 진출할 경우 자본비율에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우리금융지주가 추가 M&A 여력을 잃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지주는 M&A에 최대 6조원~7조원을 쓸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금융지주는 최근 시장에 매물로 나온 롯데손해보험의 인수전에도 참여했다. 롯데손해보험의 대주주인 JKL파트너스는 롯데손해보험의 매각가로 1조원에서 2조원대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우리금융지주가 인수전에 참여할 ‘여력’은 충분하다는 얘기다.
다만 우리금융지주의 사정이 그렇게 녹록지는 않다. 우리금융지주의 보통주자본비율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11.96%다. 금융당국의 규제비율인 7%는 넘지만 권고치인 12~13%에 턱걸이 하는 수준이다. 다른 금융지주의 경우 KB금융지주 13.40%, 신한금융지주 13.10%, 하나금융지주 12.88%인데 이들 보다 최대 1%포인트 넘게 차이가 나는 셈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보험사를 인수하게 될 경우 보통주자본비율을 산정할 때 기준이 되는 위험가중자산이 증가하면서 보통주자본비율이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우리금융이 인수 여력도 충분하고 보험사 인수에 오버페이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지만 자본적정성 비율 훼손이라는 과제가 선제적으로 해결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종룡의 속도전…연임 초석다지기?
금융권에서는 임종룡 회장이 올해들어 증권업과 보험업 포트폴리오 확대에 지나치게 속도를 내는 것이 결국 연임을 위한 초석 다지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3월 3년 임기를 시작했다. 따라서 내년 하반기쯤 우리금융지주는 임 회장의 후임을 찾기 위한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올해에는 그룹의 덩치를 키우고 내년에는 이를 바탕으로 재무적 성과를 내야 연임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과거 몇몇 금융지주 회장들은 M&A 성과를 바탕으로 연임한 전례가 많다”라며 “임 회장 역시 우리금융의 숙원을 해결하면서 이같은 전례를 따르려면 올해 중에는 비은행 계열사를 갖추고 내년에는 이를 바탕으로 재무적 성과를 내야 연임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회장은 연임 당시 옛 현대증권, 옛 LIG손해보험, 옛 푸르덴셜 생명 등 M&A를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비은행 사업포트폴리오를 강화한 것이 연임의 핵심 배경이 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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