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꿈치 근처까지 닿는 긴 절연 장갑에 안면 보호 마스크가 달린 헬멧을 착용한 작업자가 배터리가 있는 전기차 하부를 점검한다. 차량 도색에 쓰일 페인트를 제조하고 도색을 위한 전용 공간에서 작업복을 착용한 근무자들의 손놀림이 바쁘다. 조향사 자격증을 보유한 직원은 차량 내부에서 악취 여부를 측정하고 냄새 등급을 매긴다. 이 모든 과정들은 실시간 차량 위치 관제 시스템으로 무인 관제한다. 차량을 점검하는 직원들은 종이 대신 태블릿 PC로 점검 항목을 꼼꼼히 확인한다.
비대면 중고차 플랫폼 리본카를 운영하는 오토플러스의 중고차 상품화 공장 ATC(Autoplus Trust Center)에서 볼 수 있는 상품화 과정이다. ATC에서는 일반 내연기관 중고차부터 전기차(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까지 전문화된 점검 과정을 거친다. 이는 수년간 글로벌 인증기관으로부터 인정받은 오토플러스만의 중고차 상품화 체계다.
5월 7일 방문한 오토플러스 ATC에서는 완성차 제조사의 인증중고차 점검과 다르지 않은 체계화된 상품화 과정을 살펴 볼 수 있었다.
인천 서구에 위치한 ATC는 대지면적 1만7071제곱미터(㎡, 5173평)로 축구장 면적의 2.4배 규모 부지에 마련됐다. 2017년 문을 연 이후 상품화 과정에 대한 다수 특허와 글로벌 인증을 획득했다.
특히 독일 대표 시험인증기관인 티유브이슈드(TÜV SÜD)로부터 ‘중고차 정비공장 프로세스’에 대한 인증을 5년 연속 획득했으며 EV·PHEV 정비 부문 인증을 2년 연속 받아 중고차 상품화 경쟁력을 입증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티유브이슈드로부터 EV·PHEV 정비 부문 인증을 받은 자동차 정비 공장은 오토플러스의 ATC가 유일하다.
오토플러스의 상품화 과정 글로벌 인증은 특허받은 중고차 품질 관리 프로세스 ‘AQI’(Autoplus Quality Inspection)를 바탕으로 획득할 수 있었다. 오토플러스는 AQI를 통해 260가지 세부 항목에 대한 품질 검사를 실시하고 60여장의 점검 결과를 제공한다.
AQI는 ATC에서 이뤄지는 상품화 과정의 첫 단계다. 작업자들이 1시간가량 입고된 중고차를 15가지 카테고리의 260가지 항목을 점검한다. 방문 당시 중고차를 점검하는 한 작업자는 내시경 카메라를 통해 차량 하부를 살펴보고 있었다. 점검을 마치면 태블릿 PC에 해당 점검 내역을 일일이 기록했다. 점검 내역을 입력하면 내부 데이터베이스(DB)를 통해 점검에 드는 비용까지 산출됐다.
이 과정에서 상품화 가치는 산정한 뒤 리본카로 판매될 상품으로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품질 개선 과정으로 넘어간다.
품질 개선 과정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공간은 전기차 품질 개선이었다. 안면을 보호해주는 헬멧, 절연 장갑 등 보호장구를 착용한 작업자가 들어올려진 기아 ‘EV6’ 하부에 배터리 단선 작업을 하고 있었다. 오토플러스는 전기차 정비 작업에서 감전사고 예방을 가장 우선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기선을 모두 끊은 뒤 정비를 시작한다.
김인규 오토플러스 ATC 센터장은 “1차로 전기 단선을 진행한 뒤 5분간 대기 후 진단기를 통해 전기가 완전히 끊어졌다는 점을 확인하고 다음 작업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행되는 판금 분야에서는 실시간 차량 위치 관제 시스템과 태블릿 PC에 처음 입력한 정보를 활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AQI를 통한 첫 점검에서 선별된 차량들이 들어와 큰 작업이 요구되는 차량은 없었다. 판금이 필요한 차량에는 외관에 특정 영문 알파벳으로 표시됐다. 판금 작업 구역 한편에는 실시간 관제 모니터가 있었다. 모니터에는 작업이 진행되는 차량 번호와 함께 업무 시작·종료 시간이 나타났다.
모니터와 함께 태블릿 PC를 통해 작업 현황, 필요 작업 내역 등을 쉽게 살펴보며 작업시간을 관리하고 있었다.
도장 분야에서는 도장이 필요한 부분을 선제적으로 다듬는 샌딩 작업 구역과 도장 작업을 하는 구역으로 나뉘었다. 이들 구역은 유리벽이 설치된 별도 전용공간으로 구성로 개방된 작업구역과 분리됐다. 조색실도 따로 마련돼 필요한 색을 저울로 측정하면서 직접 제조하기도 했다.
이어 차량 광택 작업까지 마무리되면 차량은 출고될 차량들이 대기하는 텐트 공간으로 이동한다.
텐트 공간에서는 조향 자격증을 보유한 직원이 차량 내부 악취 여부 등을 평가한다. 차량 앞유리에는 1~3등급으로 냄새 수준을 표기한 스티커가 부착됐다. 1등급에 가까울 수록 냄새가 적은 차량이란 뜻이다. 오토플러스가 세운 자체 기준에 따라 4등급 이상으로 판명된 차량은 상품 가치가 없다 판단하고 판매하지 않는다.
차량 내부 냄새에 대한 판단은 냄새·공기오염도를 측정하는 기기로 우선 점검한 뒤 조향 자격증을 갖춘 직원이 직접 내부에서 냄새, 오염도 여부를 확인한다. 냄새 관리 체계 역시 특허받은 차량 개선 과정이다. 냄새 측정 결과 1등급을 부여받은 차량에 들어가 보니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 수준이었다.
오토플러스는 연간 1만대 차량을 상품화할 수 있는 ATC를 통해 2023년 1만4309대의 중고차를 판매했다. 올해는 20%가량 증가한 1만7000대가량의 판매 목표를 세웠다.
송재성 오토플러스 대표는 “그동안 중고차 거래 질서를 시스템으로 바로잡고자 많은 노력을 해 왔다”며 “글로벌 인증 등 현재 노력의 결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앞으로도 현재 갖춘 시스템 외에도 개발하고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selee@chosunbiz.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