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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엔 환율이 연일 하락하는 가운데 국내 은행 엔화 예금 잔액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원·엔 환율이 저점이라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엔화를 다시 사모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엔화 가치 흐름에 변수가 많은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엔테크(엔화+재테크)’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8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엔화 예금 잔액은 1조 1816억 엔으로 한 달 전보다 2%(259억 엔) 늘었다. 올 3월 1조 1557억 엔으로 전달보다 소폭(57억 엔) 감소했지만 한 달 만에 대폭 증가세로 돌아섰다.
엔화 예금 잔액이 늘어난 것은 원·엔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저가 매수’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원·엔 환율은 올 들어 계속 떨어지는 추세를 보이다 지난달 중순 900원대까지 잠시 회복했다 다시 870원대까지 추락했다. 엔테크족들은 원·엔 환율이 870원 선까지 하락한 뒤 다시 오름세를 보이자 이를 저점으로 판단하고 예금을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엔테크에 보수적으로 접근할 것을 권하고 있다. 엔화 가격을 결정하는 변수가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인데 단기적으로 이 격차가 좁혀질 가능성이 적고 현재로서는 추가 하락할 여지도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3년을 봐도 일본 금리는 미국이 한 번에 올린 0.75%가 되기 힘들어 보인다”며 “일본 외환 당국의 개입 효과 역시 속도 조절에 그칠 수밖에 없고 엔화가 오르는 힘이 워낙 약해 되돌림이 나타날 때 최근 저점을 다시 위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 전문가들이 권하는 투자 전략은 장기 분할 매수다. 엔화 예금 보유자들의 평균 매수 가격이 주로 100엔당 900원대 초·중반에 형성돼 있는 상황에서 이 수준을 회복해 수익을 내기까지 기대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장성진 KB국민은행 원강남스타 PB센터 부센터장은 “현재 엔화 가격이 저렴하지만 매력적인 투자처는 아니다”라며 ”엔화를 산다면 장기 투자를 할수록 이익을 볼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의 금리 향방을 지속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올 11월 치러질 미국 대선이 엔화 투자에도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미국 대선 전까지는 금리 변동이 거의 없는 지지부진한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대선 이후에 미국의 금리 방향이 잡히고 달러 가치와 엔화 가치를 비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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