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 규모 정부 연구개발(R&D) 자금을 관리할 새 전담은행 심사 막이 올랐다. 기존에 전담은행을 맡아왔던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에 더해 하나은행까지 경쟁에 뛰어들며 3파전 구도가 형성됐다. 은행들이 조성할 ‘과학기술 R&D 혁신 펀드’ 출자 규모가 전담은행 선정에 주요 기준이 될 전망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연구재단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부처와 소속 기관 13개의 R&D 자금을 관리하는 시스템 ‘통합이지바로(EZbaro)’ 2기 전담은행을 찾고 있다. 2019년 구축된 통합EZbaro는 범부처 연구비 통합관리시스템이다. 전담은행이 맡게 될 자금은 약 2조원 규모다.
정부는 지난 3월 금융권을 대상으로 전담은행 선정 사업 설명회를 열었고, 이후 지난 3일까지 제안서 등 관련 서류를 접수했다. 한국연구재단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입찰에 참여한 은행은 총 3곳이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국민과 농협은행은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에 사실상 신한·하나·우리은행이 입찰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기존 제1기 통합EZbaro 전담은행으로서 2020년부터 R&D 자금을 관리해 왔다. 여기에 하나은행이 제2기 전담은행 선정 사업에 지원하며 3파전 구도를 구축하게 됐다.
은행들은 9일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한다. 정부는 17일까지 우선협상자를 선정하고, 20일 세부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최종 전담은행은 이달 말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올해 9월부터 2028년까지 약 4년 4개월간 R&D 자금 운영을 맡는다.
이번 제2기 전담은행 선정 심사에서 최대 관건은 각 은행의 ‘과학기술 R&D 혁신 펀드’ 출자 규모다. 은행들은 제안서와 함께 해당 펀드에 출자할 자금 규모를 적어냈다. 과기부가 이번 제2기 전담은행 주요 업무로 과학기술 R&D 혁신 펀드 출자와 관리까지 포함했기 때문이다.
정부 출자 없이 전담은행 자체적으로 기본 자금을 조성해 과학기술 R&D 분야에 전문적으로 투자한다는 게 이번 펀드 조성 목적이다. 제안서를 제출한 은행은 최대 1000억원을 써낼 수 있다. 전체 평가 항목 중 ‘펀드 출자 규모’가 30점으로 배당 점수가 가장 높다. 그중 가산 점수가 10점인데, 출자금이 1000억원 이하면 가산 점수는 0점 처리된다. 가산점수 10점을 받기 위해선 최대치인 1000억원을 써내야 한다는 얘기다.
다만 신한·우리·하나은행 모두 전담은행에 선정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연구재단은 각 은행과 협상이 성립된다는 전제하에 최대 선정 은행 수를 3개로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2~3개 전담은행이 2조원 규모 R&D 자금 운영과 펀드 출자금을 나눠 맡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 부처 등 다른 기관이 은행을 심사하는 상황인 만큼 선정 과정에서 은행들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전담은행에 선정되면 단순히 자금을 관리하는 것 외에도 이로써 파생되는 영업 확장 효과가 크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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