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의 집값 ‘통계 조작’ 논란에 이어 최근 주택공급 실적 누락 등의 문제가 겹치면서 부동산 통계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와 건설 경기 침체로 부동산 시장 향방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통계까지 오락가락하며 시장 혼란을 부채질하는 모습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통계 오류는 통계 자체에 대한 신뢰도뿐 아니라 이를 바탕에 둔 정부 정책, 수요자들의 결정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통계의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다섯째 주(지난달 29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주보다 0.03% 올라 6주 연속 상승했다.
반면, 민간 대표 주택가격통계인 KB부동산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 가격은 작년 11월 13일(-0.01%) 이후 23주째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4월 29일 기준 조사에서도 0.019%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와 비교하면 상승, 하락은 물론 집값 추세가 확연히 다른 셈이다.
두 기관의 집값 통계가 이처럼 차이를 보이는 것은 통계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부동산원은 실거래가가 있으면 이를 반영하고, 실거래가가 없으면 같은 단지나 인근단지의 비슷한 사례를 활용해 표본가격을 산정한다. KB부동산은 실거래가는 그대로 반영하고 실거래가 없으면 해당 지역 공인중개사 조사를 통해 호가를 반영한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미치는 부동산원 통계와 대출 기준이 되는 KB부동산 통계가 서로 엇박자를 내면서 일각에서는 통계의 신뢰성과 효용성에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거래에 2~3개월 소요되는 부동산 시장 특성을 감안해 주간 단위가 아닌 월간 단위로 통계를 발표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통계의 정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조사 기간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주택 가격 지수인 연방주택금융청에서 생산하는 FHFA 지수의 경우 월·분기·연 기준으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는 “부동산이 짧은 시간에 거래가 체결되는 시장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주간 통계가 갖는 의미가 크지 않다”며 “조사 기간을 최소 2주에서 한 달 정도로 늘려 통계의 정확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부동산 통계 조사 방식을 완전한 실거래가 기반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성적 요인을 없애고 실제 집값 반영도를 통계에 더욱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다.
김효선 NH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집값 통계는 정부 정책은 물론 수요자의 잘못된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치는 문제인 만큼 정확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호가가 아닌 실거래가 자료를 통해 정확한 집값 추이와 시장의 상황을 반영할 수 있는 통계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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