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모처럼 안타를 치지 못했지만 LA 다저스가 또 이기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야마모토 요시노부(LA 다저스)의 데뷔전 악몽은 이제 일종의 해프닝으로 잊히는 모양새다. 이정후(샌프란시스코)는 데뷔 첫 3안타를 기록하며 첫 쿠어스필드 나들이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애리조나의 돌격 대장은 모처럼 체면을 살렸다. 샌디에이고는 또 5할 고지에서 미끄러졌다.
◆ 야마모토 8이닝 순삭… 럭스까지 홈런 쳤다, 이게 다저스 타선의 힘
– LA 다저스(25승13패) 8 : 2 마이애미 말린스(10승28패)
최근 3경기 연속 대포로 메이저리그 홈런 부문 선두까지 치고 올라온 오타니의 방망이는 오늘 심심했다. 2타수 무안타에 볼넷 두 개. 두 차례 출루 자체가 어려운 타자도 있지만, 요즘 오타니의 타격감을 생각하면 아쉽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다저스 또 하나의 일본인 선수가 경기를 지배했다. 선발로 나선 야마모토 요시노부는 이날 메이저리그 데뷔 후 최다 이닝인 8이닝을 97구로 책임지며 5피안타 5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해 시즌 네 번째 승리를 거뒀다. 2실점은 솔로 홈런 두 방으로 허용한 것으로 전체적인 경기 흐름을 지배했다.
야마모토는 이날 최고 시속 96.4마일까지 나온 포심패스트볼(39구)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포심의 높낮이 조절이 안 돼 고전했던 시즌 초반의 모습에서 탈피해 이날은 포심으로만 무려 9개의 헛스윙을 유도했다. 이어 전매특허인 스플리터(30구)를 주로 결정구로 활용했다. 포심-스플리터 콤보의 난조로 시즌 초반 커브에 의존하는 모습도 있었지만 이날은 전형적인 야마모토의 피칭을 했다.
데뷔전이었던 고척돔 샌디에이고와 경기에서 1이닝 5실점 난조로 우려를 불러 모았던 야마모토는 이후 한 번도 3점 넘는 실점을 기록한 적이 없다. 미국으로 돌아온 뒤 전날까지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64를 기록하며 이름값을 했고, 이날 메이저리그 진출 후 최다 이닝(종전 6이닝)까지 긁으며 불펜을 아끼는 데도 큰 몫을 했다. 45.00으로 시작한 야마모토의 평균자책점은 어느덧 2.79까지 낮아졌다.
타선은 오타니가 안타를 치지 못했지만 근래 들어 방망이가 뜨거운 맥스 먼시와 방망이가 차가웠던 개빈 럭스가 나란히 홈런을 치며 승리에 필요한 득점을 뽑아냈다. 먼시는 1회부터 그랜드슬램을 기록하며 야마모토를 지원했고, 특히 시즌 초반 공·수 모두에 경기력이 엉망진창이었던 럭스는 시즌 첫 홈런을 터뜨리며 기분 전환을 했다. 다저스는 6연승 행진에 최근 10경기에서 8승2패를 기록 중이다.
◆ 반가워 쿠어스필드, 이정후 첫 3안타 경기… 샌프란시스코 4연패 끝
– 콜로라도 로키스(8승27패) 0 : 5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16승21패)
필라델피아 원정 4연전에서 굴욕의 싹쓸이 패배를 당한 샌프란시스코가 지구에서 가장 ‘만만한 팀’을 상대로 완승을 거두고 연패에서 탈출했다. 전날 하루를 쉰 콜로라도의 경기력은 전혀 개선될 기미가 없었다. 샌프란시스코는 선발 카일 해리슨(7이닝 4피안타 2볼넷 2탈삼진 무실점)의 안정적인 투구 속에 0-0으로 맞선 4회 4점을 뽑아내며 승리를 예감했다.
근래 들어 타격이 다시 꿈틀대고 있는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첫 3안타 경기로 타율은 단번에 0.264까지 끌어올렸다. 이정후는 1회부터 타구 속도 105.8마일의 잘 맞은 우전 안타를 쳐 내며 기분 좋게 경기를 출발했고, 4회에는 3루수 방면 내야안타로 공격 흐름의 다리를 놓으며 팀 4회 4득점에 기여하더니 8회 마지막 타석에서는 다시 1루수 방면 내야안타를 기록하며 3안타 경기를 완성했다.
올해 기대 타율에 비해 실제 타율이 유독 낮은 선수였던 이정후는 이날 두 개의 빗맞은 타구가 모두 내야 안타로 기록되는 약간의 행운까지 등에 업고 기대 타율을 향해 실제 타율을 맞춰가기 시작했다. 타일러 웨이드 주니어가 2타수 1안타 3볼넷 2타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에 발판을 놨고, 닉 아메드도 4타수 2안타를 기록하며 힘을 보탰다.
반면 콜로라도는 팀 타선이 4안타에 그치며 힘을 쓰지 못했고, 선발 다코타 허드슨은 3⅔이닝 5피안타 5볼넷 4실점의 부진으로 올 시즌 승리 없이 6번째 패전을 안았다. 공격과 마운드 모두에서 답이 안 보이는 콜로라도의 부진이 길어지는 가운데 올해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팀에는 콜로라도에 최대한 많은 승리를 거두는 게 관건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 방울뱀 돌격 대장이 돌아왔다… 모처럼 정신 차린 코빈 캐롤, 애리조나 연승 성공
– 신시내티 레즈(16승19패) 2 : 6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16승20패)
지난해 내셔널리그 챔피언인 애리조나는 올 시즌 주축 선수들의 부진과 부상 이탈로 고전하고 있다. ‘부진파’의 대표적인 선수는 팀 타선의 돌격 대장이라고 할 만한 외야수 코빈 캐롤. 2022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지난해 155경기에서 타율 0.285, 161안타, 25홈런, 76타점, 54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868을 기록하며 생애 한 번밖에 기회가 없는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애리조나의 현재이자 미래로 지난해 올스타까지 선정되며 빠르게 전성기를 열었다.
하지만 올해는 시즌 초반 타율이 2할대 초반까지 떨어지는 등 영 방망이가 시원치 않은 상황이었다. 기본적으로 출루가 되지 않자 캐롤 특유의 역동성이 빛을 발할 기회가 원천 봉쇄됐다. 그러나 역시 이대로 주저 앉아 있을 만한 재능은 아니다. 캐롤은 이날 신시내티와 원정 경기에 선발 리드오프로 출전해 5타수 2안타 5타점 대활약을 펼치며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최근 15경기 타율이 0.190인 것에 비해, 최근 7경기는 0.296을 기록하며 서서히 살아나는 중이다.
캐롤은 3회 타점을 기록한 것에 이어 5회에도 중전 적시타를 쳤다. 이 장면은 애리조나의 기대 승률을 12.8%나 끌어 올리는 이날 경기에서의 가장 중요한 장면 중 하나였다. 이어 7회에는 팀 승리에 쐐기를 박는 좌중월 투런 홈런을 치며 이날 하루에만 5타점을 기록했다. 캐롤의 시즌 2호 홈런이었다.
타선에 캐롤이 있었다면 마운드에는 에이스 잭 갤런이 있었다. 갤런은 이날 6이닝 동안 딱 하나의 안타만 맞는 안정적인 투구 속에 무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4번째 승리를 거뒀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2.84. 자신의 뒤를 받쳤던 메릴 켈리의 어깨 부상 속에 비중이 더 커진 갤런은 시즌 세 번째 무실점 경기로 에이스의 자존심을 살렸다.
◆ 오늘의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MVP
– 쿠어스필드 그게 뭔데… 샌프란시스코의 미래 아닌 현재다
좌완 카일 해리슨은 에이스인 로건 웹에 이어 샌프란시스코 팬들의 귀여움을 듬뿍 받고 있는 선수다. 샌프란시스코와 멀지 않은 캘리포니아주 콩고드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로컬 보이지자, 마이너리그부터 차근차근 성공적으로 단계를 밟아가고 있는 촉망받는 좌완이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해리슨은 풀타임 첫 시즌에 도전 중. 이날 투수에게는 악몽과 같은 쿠어스필드에서 7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샌프란시스코의 연패 탈출에 큰 공을 세웠다. 시즌 8경기에서 45이닝을 소화하며 3승1패 평균자책점 3.20의 좋은 성적으로 샌프란시스코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모으고 있다.
◆ 5월 9일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경기 예고
시카고 컵스 vs 샌디에이고(03:20)
LA 다저스 vs 마이애미(04:10)
신시내티 vs 애리조나(07:40)
콜로라도 vs 샌프란시스코(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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