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야마구치은행이 국내 진출 38년 만에 철수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야마구치은행 부산지점은 최근 금융위원회에 국내 지점 폐쇄 인가를 신청했다. 1986년 지점 설립 인가를 받은 지 38년 만에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야마구치은행 부산지점은 해양·수산 기업의 수출 금융을 주로 하던 곳으로, 지난 9년 연속 적자를 기록해 본점에서 철수 결정을 내렸다”며 “지난해부터 대출금 상환, 인력 구조조정 및 퇴직 절차를 진행해 왔다”고 했다.
야마구치은행은 일본 야마구치현을 기반으로 한 지방 은행이다. 3개의 은행을 산하에 둔 은행지주회사 ‘야마구치 파이낸셜그룹’의 계열사로, 지난해 11월 말 기준 총자산은 7조엔(약 61조원)이다. 일본 현지 내 지점 및 출장소는 125곳이며, 해외 지점은 한국 1곳(부산), 중국 2곳(칭다오·다롄)이다.
야마구치은행이 철수하면 외국계 은행 국내 지점 수는 39곳으로 줄어든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6년 12월 말 기준 49곳이었던 외국계 은행 지점 수는 8년 새 10곳 감소했다.
외국계 은행의 국내 철수 및 사업 축소는 최근 몇 년 새 잇따르고 있다. 지난 2022년 12월엔 글로벌 3대 신탁은행인 노스트러스트컴퍼니 서울지점이 폐쇄를 결정했다. 2021년엔 뉴욕멜론은행이 서울지점의 신탁 사업을 접었고, 한국씨티은행이 소비자금융 사업 부문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그에 앞서 2020년 10월엔 캐나다 3위 은행인 노바스코셔은행이 서울지점을 폐쇄했다.
외국계 은행이 국내 시장에서 짐을 싸는 것은 수익성 악화와 금융 당국의 규제 강화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 당국은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국내에 더 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규제 개선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지난 1월 열린 ‘외국계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외국계 금융사들의 국내 시장 진출은 금융 산업의 혁신과 경쟁을 촉진하고 한국 주요 도시들의 국제 금융 허브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국내 진입과 영업에 걸림돌이 되는 불합리한 규제를 혁신하겠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외국계 금융사들은 이중 실명확인의무 등 규제에 따른 영업 부담과 자본금 운용 관련 애로 사항 개선을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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