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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 높으면 뭐해”…AI 엔지니어들 ‘번 아웃’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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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데일리임팩트 이진원 객원기자] 인공지능(AI) 붐이 불면서 AI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려는 기업들이 늘면서 AI 엔지니어 몸값이 치솟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이 높은 몸값을 주는 만큼 엄청난 부담도 주고 있어 엔지니어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피로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22년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의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면서 현재 세계 무역과 투자가 활기를 띠고 있는 가운데 일어난 AI 붐으로 기업들 사이에서 반도체 설계자부터 데이터 전문가에 이르기까지 AI 엔지니어 확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자 최근 미국 경제지인 포천지 비유를 빌리면, “AI 엔지니어는 반도체 설계 회사 엔비디아에서 생산하는 고성능 그래픽 칩과 같은 존재가 돼서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지난달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AI 엔지니어 확보 경쟁에 대해 “지금껏 이렇게 미친 인재전쟁을 본 적이 없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치솟는 몸값

포천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기술 기업들은 연간 수백만 달러의 보상 패키지와 스톡옵션 관련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우수한 AI 엔지니어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챗GPT로 생성형 AI 붐을 일으킨 오픈AI는 생성형 AI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엔지니어링팀 전체를 새로운 인재로 꾸미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AI 인재를 더 뽑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테슬라는 오픈AI 등에 인재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AI 엔지니어에 대한 보상을 강화했다.

급여 및 보상 데이터 제공업체인 Levels.fyi에 따르면 AI 엔지니어의 올해 총 보수 중간값은 27만달러(약 3.7억원)로 전년도의 24만6000달러(약 3.3억원)에서 10% 이상 올라갔다.

기업들이 막대한 AI 기술 개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자원을 재배치하면서 다른 기술 분야에서는 감원에 속도를 내는 것과 완전히 다른 상황이 AI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빅테크 대기업들이 첨단 AI 챗봇의 개발과 출시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삼성, TSMC, 인텔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여 자국에서 하이엔드칩을 생산하게 만들면서 반도체 제조 분야에서도 AI 붐 조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국내 제조를 가속화할 수 있도록 약 300억달러(약 41조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몸값만큼 높아지는 압박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AI 엔지니어들은 그들을 채용한 기업들로부터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빠른 속도로 AI 툴을 출시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다가 ‘번아웃’마저 느끼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번아웃이란 어떤 직무를 맡은 도중 극심한 육체적 내지 정신적 피로를 느끼고 직무에서 오는 열정과 성취감을 잃어버리는 증상을 말한다.

일부 엔지니어들은 자신의 업무 대부분이 최종 사용자의 문제 해결보다는 회사에 거액을 투자한 투자자를 달래는 데 할당되어 있다는 불만을 쏟아내고도 있다.

CNBC는 3일(현지시간)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의 AI 직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보니 이들이 한결같이 경쟁에서 뒤처질지 몰라 두려워하는 회사로부터 빠른 속도로 AI 툴을 출시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었다”고 전했다.

직원들은 개발 일정이 앞당겨지거나, 경쟁사의 AI 툴 발표가 나오면 서둘러 비슷한 도구 개발에 착수해야 한다거나, 상사들이 AI 툴의 실제 효과, 즉 사용자의 문제 해결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투자자를 만족시키는 데만 관심이 있다는 등의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이처럼 엄청난 압박감을 받으며 장시간 근무하고 끊임없이 바뀌는 업무로 번아웃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다수는 심지어 회사가 개발 속도가 중요하다며 자신들을 감시하는 경우도 있다거나, 회사가 AI가 줄 수 있는 잠재적 피해에 대한 우려는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런 혹독한 업무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다른 일을 찾거나 AI 부서와 상관없는 다른 부서로 옮겨가는 AI 엔지니어도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AI 골드러시의 어두운 이면’ 

CNBC는 이를 ‘생성형 AI 골드러시의 어두운 이면’이라고 정의했다.

기술 기업들이 향후 10년 안에 매출 1조달러(약 1360조원)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AI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들여 AI 챗봇, 에이전트, 이미지 생성기 구축과 대형언어모델(LLM) 훈련에 나서고 있으니 벌어지는 부작용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AI 엔지니어들이 우려하는 대로 이렇게 경쟁사보다 빠른 신제품 출시에만 신경을 쓰다 충분한 테스트를 거치지 않은 제품을 공개했다가 망신을 당하는 일도 생기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월 구글이 발표한 제미나이(Gemini)의 이미지 생성 기능이다.

당시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까지 나서서 “제미나이는 구글이 개발한 가장 포괄적이고 뛰어난 AI 모델”이라며 “지금까지 구글이 선보인 가장 큰 과학·공학적 결과물”이라고 선전했지만 제미나이가 생성한 이미지가 왜곡되어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자 구글은 결국 제미나이의 이미지 생성 기능을 일시 중단했다.

한 사용자가 제미나이에게 1943년 독일 군인을 보여 달라고 하자 제미나이가 독일 군복을 입은 다양한 인종의 군인들을 보여주거나, 또 다른 사용자가 제미나이에게 미국 건국 아버지 모습을 그려달라 요청하자 유색 인종의 남성 이미지가 결과물로 나오는 등의 문제가 드러났다.

데이터 과학자이자 AI 정책 고문인 아요델 오두벨라는 CNBC에 현재 AI 업계의 분위기에 대해 “가장 큰 문제는 기업들에 프로젝트 출시 전에 엄격하게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라며 ”가장 큰 피해는 비판적으로 생각할 시간이 없어 생긴다“고 지적했다.

데일리임팩트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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