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추진 중인 경기북부 분도 명칭이 ‘평화누리특별자치도(평누도)’로 정해졌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의정부·고양·파주 등 해당 거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부동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분도 명칭이 어색하다며, 집값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인식이 확산한 탓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지역명이 집값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보지만, 심리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는 일부의 시각도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평화누리자치도(경기북도 분도)를 반대합니다’ 청원이 참여인원 4만명을 넘겼다. “남부는 더 발전하고 북부는 더 낙후될 가능성이 높다” 등 도민들 반대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그동안 경기북부특별자치도가 설치되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는 도민들이 많았다. 경기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경기북부 특별자치도 설치와 경기북부 발전 전략 수립을 위한 설문 조사’를 벌인 결과, 답변자의 15.1%가 특별도가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킬 것’이라고 응답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름이 발표되자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반발하는 기류가 커졌다. 평화누리자치도라는 명칭이 ‘시대에 역행하는 이름’으로 부정적인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오히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들을 묶어 경기북도를 신설하면 재정자립이 더 악화돼 역효과가 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분도 명칭이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아파트 이름에 들어가는 지역명이 단지의 이미지를 결정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긴 아파트 이름에 행정구역명까지 길어지면 ‘평화누리특별자치도 파주시 동패동 초롱꽃마을 6단지 GTX 운정역 금강 펜테리움 센트럴파크’처럼 아파트 주소가 한없이 길어질 수 있다는 조롱도 나온다.
반대로 없는 지역명을 넣어 집값을 올리려는 꼼수 사례도 있다. 서울시 동작구 흑석동 아파트에 ‘서반포’라는 지역명을 넣어 논란이 된 사례다. 흑석뉴타운에서 재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흑석 11구역 재개발 조합은 최근 아파트 단지명을 ‘서반포 써밋 더힐’로 정했다. 서반포는 실제로 없는 지역명이지만 서울의 상징적인 부동산 상급지인 ‘반포’를 넣어 집값 영향을 노린 것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아파트 이름에 상관없는 지역명을 넣는 것은 오래전부터 있던 일이다. 지난 2020년 신정동 1-4구역을 재개발해 지은 ‘신정뉴타운 롯데캐슬’은 단지명을 ‘목동 센트럴 롯데캐슬’로 바꾸는 것을 추진했으나, 구청에서 부적절하다며 반려했다. 서울이 아닌 경기 고양시에 있는 ‘DMC한강 호반써밋’ ‘DMC한강숲 중흥S-클래스’ 등도 마포구 DMC(디지털 미디어 시티) 인기에 편승해 아파트 단지명을 정했다.
전문가들은 실제 지역 명칭이 아파트값에 크게 영향을 주진 않는다고 분석했다. 지난 2021년 한국부동산분석학회가 발행한 ‘명칭 변경 사례를 통해 살펴본 아파트 브랜드 프리미엄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에 따르면 인지도 있는 브랜드로 명칭을 변경한 아파트는 가격 상승효과가 있었지만 지역 명칭을 변경한 경우에는 유의미한 결과를 나타내지 못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지역 명칭이 아파트 가격에 정량적으로 몇% 영향을 준다 안준다 판단할 수는 없다”면서도 “지역별로 아파트 가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지명에 따라 아파트를 보는 시각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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