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침체로 지방을 중심으로 악성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준공 후 한 가구도 계약하지 못한 단지도 나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5월 대규모 분양 예정되면서 악성 미분양이 늘어날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대구 서구 내당동 ‘반고개역푸르지오’는 지난 2월 청약을 진행했지만 1·2순위 청약 결과 239가구 모집에 19건만 접수되면서 3월 기준 239가구 모두 미분양 물량으로 반영됐다.
입주 예정인 단지들의 미분양 물량도 심각한 상황이다. 올해 4월 입주 예정이었던 경북 경주시 진현동 엘크루 헤리파크는 3월까지 모든 가구(337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았다. 내년 입주 예정인 경북 경산시 경산아이파크 2차도 745가구 중 721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아 준공 후 미분양 전환이 우려된다. 이 밖에 미분양 현황을 공개하지 않은 단지들이 다수 있어 향후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 통계누리에 따르면 3월 기준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은 전국 1만2194가구로 전월(1만1867) 대비 2.8%(327가구) 늘었다. 지난해 8월부터 8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수도권은 2261가구로 전월(2285) 대비 소폭 줄었지만, 지방은 9933가구로 전월(9582가구) 대비 3.7%(351가구) 늘었다.
지역별로는 대구의 준공 후 미분양이 2월 1085가구에서 3월 1306가구로 가장 크게 증가했다. 증가율로는 20.4%를 기록했다. 경북은 790가구에서 1008가구로 늘어 뒤를 이었다. 증가율은 27.6%에 달했다.
지방 악성 미분양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다음 달 대규모 분양이 예정돼 미분양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5월 분양 물량은 3만6235가구로 올해 들어 가장 많다. 그중 지방에서만 1만7449가구 분양이 예정돼 있다.
전문가들은 수요자들의 옥석가리기가 심화하고,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내세울 만한 장점이 없는 지방 단지들은 미분양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지방에서도 신축 아파트 선호 현상이 있지만, 원자잿값 상승, 인건비 상승 등으로 공사비가 올라 주변 지역 기존 아파트 단지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이런 상황이 단기적으로 해결되기는 어려워 한동안 준공 후 미분양 증가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분양시장은 가격 상승 여력이 있다고 판단할 때 수요자들이 뛰어드는데, 현재 지방시장은 가격상승 여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라며 “고금리,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어 한동안 지방 아파트 단지의 준공 후 미분양은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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