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청약을 신청하려고 입주자 모집공고를 열어보면 ‘최하층 우선 배정세대’라는 항목이 보입니다. 특별공급도, 일반공급도 아닌데 이건 뭘까요? 1층을 원하는 사람들이 ‘저요!’ 하고 손을 들면 당첨되고 나서 동호수를 배정할 때 반영해주는 제도랍니다.
층간소음 갈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특히 어린 자녀를 둔 부모님은 아이가 뛰어놀 수 있는 1층 집을 고민하곤 하는데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나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가족을 위해서도 1층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답니다. 분양가도 1층이 다른 층보다 저렴한 경우가 많아 애매한 저층보단 차라리 1층이 낫다는 얘기도 나와요.
필로티 있다면 2~3층도 가능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제51조에는 최하층 우선배정 내용이 담겨 있어요. 주택청약업무수행기관(한국부동산원)은 사업주체가 5층 이상의 주택을 건설·공급해 대행을 의뢰하는 경우 특정 조건을 갖춘 당첨자 또는 그 세대원이 주택의 최하층을 희망하는 때에 우선 배정해야 해요.
단, 최하층 분양가격이 바로 위층보다 높은 경우는 제외돼요. 테라스하우스나 주상복합도 빼고요.
입주자 모집공고일 현재 만 65세 이상이거나 장애인등록증을 발급받은 사람, 미성년자인 3명 이상의 자녀를 둔 사람이 그 대상이 돼요. 경쟁이 생길 경우 고령자나 장애인이 우선이고요. 따라서 본인 또는 가족 중에 고령자나 장애인이 있는 경우, 다자녀를 둔 경우 둘 다 해당한다면 아래와 같은 신청 표에서 ‘1번’을 선택해야 합니다.
1층을 비워두는 ‘필로티’ 구조의 아파트라면 2층이나 3층이 최하층이 됩니다. 예를 들어 원주의 한 아파트는 타입별로 총 58가구를 최하층 우선배정하기로 했어요. 동호수 배치도를 보니 1층이 22가구, 2층이 34가구(조합원 공급분 1가구 제외), 3층이 2가구네요.
1층 택하면 당첨 유리하다? NO!
최하층 우선배정을 선택하면 청약 당첨 확률이 높아진다는 얘기가 있는데요.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당첨자 발표가 난 뒤에 최하층 우선배정 신청자들부터 1층을 배정하고, 나머지 층수를 추첨하는 방식이거든요. 청약홈에도 ‘최하층 우선배정 여부는 당첨 확률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당첨자의 동호수 배정 시에만 반영된다’고 써있어요.
조건을 충족하지 않는 일반인이 최하층 우선배정을 신청하면 어떻게 될까요? 일단 신청은 가능합니다. 부적격 처리되지도 않아요. 신청자가 공급세대수보다 적어 미달되면 최하층 배정이 유지되고요. 경쟁이 생기면 다른 층을 배정받은 당첨자와 동호수를 교환하게 돼요.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청약신청 자격이 아닌 동호수에 대한 희망일 뿐이므로 미해당자도 부적격 처리되지 않는다”며 “나중에 동호수가 마음에 들지 않아 당첨취소를 요청하는 경우에도 부적격 처리할 수 없다”고 설명했어요.
일반적으로 최하층 선호도가 높진 않아요. 아무래도 일조량이 부족하고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어 고층에 비해 낮은 프리미엄이 붙는다는 이유에서죠. 그러니까 1층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당첨에 유리하다는 ‘오해’로 섣불리 청약해선 안되겠죠?
한 분양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아파트 매매 시 최하층보다 중층 이상을 선호한다”며 “최하층 우선배정을 신청하더라도 당첨 확률이 높아지는 건 아니기 때문에 신청자가 많지는 않다”고 전했어요.
최하층 우선배정 신청자가 적으면 원하지 않더라도 1층을 배정받는 경우가 생기는데요. 차라리 계약을 포기하는 사람도 많죠. 실제로 무순위 청약이나 임의공급으로 풀리는 물량을 보면 초소형이거나 저층인 사례가 주를 이뤄요.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저층이 배정되면 계약을 포기하는 사람이 많아 주로 저층에서 미분양 물량이 나온다”며 “인기있고 가격 경쟁력을 갖춘 단지는 예비 당첨에서 계약이 이뤄지겠지만 그렇지 않은 단지들은 미분양이 생길 수 있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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